홍명보는 기사회생, 정몽규는?…문체부 감사 중간발표 후폭풍에 축구계 촉각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문체부는 "채용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다"면서도 "홍 감독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엔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문체부는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등 축구협회의 주요 사업에 대한 특정 감사 결과를 이달 말에 종합 발표한다. 축구협회의 변화를 향한 국민적 요구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자연스레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거취에 축구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체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지난 7월29일부터 클린스만 및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문체부는 규정상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후보로 홍 감독을 추천하는 과정, 면접 과정 또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도 아니고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위촉된 바도 없으며, 위원들로부터 감독 추천 권한을 위임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축구대표팀 운영 규정상 감독 추천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보조금 집행 및 차입금 실행, 지도자 자격 관리 등에 대한 감사에 대한 결과를 이달 말 공개한다. 정몽규 회장에 대한 처분 요구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의 이번 발표로 축구계 시선은 홍 감독을 넘어 퇴진 압박을 받는 정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현안질의에서 홍 감독 선임과 4선 연임 논란 등의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면서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문체위는 22일 열리는 대한체육회 국감 증인으로 정 회장을 또다시 채택하면서 진흙탕 국감을 예고했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축구협회 변화 반드시 이뤄져야"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정 회장의 퇴진이다. 축구협회 내부조차 정 회장이 4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임기를 마치는 대로 떠나달라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축구계에선 정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고, 4연임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절차가 정당하다며 허위 보도 설명자료를 배포해 축구 팬과 국민을 속이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면서 "대한축구협회는 향후 있을 월드컵 대회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뒤로 숨지 말고, 국정감사 시작 전까지 축구 팬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구협회를 둘러싼 잡음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치른다. 10일 요르단과 원정 경기를, 15일에는 이라크와 용인미르스타디움서 홈 경기를 치른다.
두 팀과의 경기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본선을 향한 최대 고비이지만, 축구협회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 회장과 홍 감독의 거취와도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내용과 결과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면 두 사람을 향한 사퇴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돌아서면 안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축구협회 내부 관계자는 "12년째 축구협회 수장을 고수하고 있는 정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는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돼야 한다. 어렵게 얻은 변화의 바람을 통해 대한축구협회가 다시 국민에게 사랑받는 협회가 될 수있도록 새롭게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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