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신중지 상담은 해도, 답변은 못한다는 정부 위탁기관

박고은 기자 2024. 10. 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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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공임신중지를 위한 법과 정책에 대한 내용은 논의 중으로 관련 병원 리스트는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임신중지를 고민 중이던 장아무개(28)씨는 지난달 성·임신 종합정보누리집 '러브플랜'의 카카오톡 채널 상담을 통해 임신중지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문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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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공백 장기화에 “정보제공 불가” 되풀이
지난해 4월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주최의 집회가 열렸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현재 인공임신중지를 위한 법과 정책에 대한 내용은 논의 중으로 관련 병원 리스트는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임신중지를 고민 중이던 장아무개(28)씨는 지난달 성·임신 종합정보누리집 ‘러브플랜’의 카카오톡 채널 상담을 통해 임신중지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문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러브플랜은 보건복지부가 인구보건복지협회에 위탁해 운영 중인 누리집으로 성 건강과 위기임신, 출산 정보 등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씨는 “안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정부 상담기관을 가장 먼저 찾았는데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며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스스로 병원을 찾고 있는데, 정보가 너무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21년 낙태죄의 효력이 사라졌지만, 이를 보완할 대체 입법이 늦어지면서 정부가 위탁 운영하는 임신중지 상담 누리집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 7월1일 ‘러브플랜’이 문을 연 이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3년 동안 진행한 상담 1만1441건 가운데 임신중지 관련 상담은 1710건으로 14.9%에 달했다. 임신 중지 관련 상담을 항목별로 보면, 임신중지 불안·우울 상담이 652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술가능기간 및 수술 뒤 관리를 묻는 상담이 280건으로 뒤를 이었다. 미성년자 수술 가능 여부와 보호자 동의 필요 여부 등을 묻는 상담은 182건, 임신중지 합법 여부를 묻는 상담도 114건에 달했다.

이처럼 러브플랜을 찾은 상담자 가운데 15% 가까이가 임신 중지 관련 상담을 했지만, 해당 기관은 임신중지 관련 법과 정책이 아직 논의 중이라는 이유로 의료기관 및 수술 비용 등의 정보를 안내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법 공백으로 의료기관마다 임신중지 수술이 가능하다고 보는 주수, 수술 비용 등이 다른 상황”이라며 “법에 근거하지 않은 사안은 정부 기관도 조사·파악이 힘들고, 이 때문에 공적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적 정보를 얻기 힘들다 보니 여성들은 알음알음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고, 천차만별인 수술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뒤 5년이 흘렀지만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정보 접근조차 담보되지 않고 있다”며 “입법 공백을 핑계로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 시스템을 계속해 방치해 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미화 의원은 “임신중지를 고려하고 있는 위기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운영하는 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정부 운영 상담기관인 만큼 보다 정확한 정보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는 계속되는 입법 공백으로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며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를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 내에서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라”고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권고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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