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분쟁에 美증시·가상화폐↓, 유가·금↑…"투자자 우려↑"(종합2보)
월가 '공포지수' 급등…S&P, 무디스 이어 이스라엘 등급 강등
(뉴욕·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이재림 특파원 임상수 기자 = 이스라엘-이란 충돌 격화로 미국 증권시장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고 유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투자자들은 과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됐을 때처럼 미 국채와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이란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 등 향후 양국 간 분쟁의 확대 여부가 향후 시장 움직임을 좌우할 것으로 투자자들은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주 무디스에 이어 이스라엘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41% 하락한 42,156.9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93% 내린 5,708.7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53% 빠진 17,910.36으로 각각 마감했다.
다우 지수와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9월 30일)에 이어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쓰며 동반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는 듯 보였으나, 예상치 못한 중동발 긴장 고조와 이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유가 급등 우려까지 겹치면서 뒷걸음질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0.06% 하락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면서 수익률을 떨어트렸다고 AP는 전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일 대비 15% 넘게 급등하면서 3주 만의 최고치인 20.73까지 상승한 후 19.25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는 장 중 한때 5% 넘게 오르는 등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44% 오른 배럴당 69.83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2.59% 뛴 배럴당 73.56달러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분쟁 확대로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중동지역에서 공급 차질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자 지난해 기준 세계 9번째 산유국인 이란이 직접 개입하면서 지난 1년 가까이 지속된 분쟁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역내 석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통화정책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으나 원유 가격이 상승세로 바뀌면서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으로 몰려가면서 거의 한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이날 6만168달러로 5.7% 하락해 지난달 6일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이더리움은 6%, 도지코인은 8% 하락하는 등 다른 알트코인은 더 큰 폭으로 급락했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국제 금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오후 12시30분 기준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 대비 29.20달러(1.10%) 뛴 트로이온스(1ozt=31.10g)당 2,688.60달러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향후 양국의 대응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에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 공습으로 대응했으나 분쟁이 확대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주식 등 위험자산이 급락했으나 분쟁이 확대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혼란 우려도 사그라지면서 시장은 며칠 만에 반응했다.
투자정보회사 텔리머의 신흥시장 주식 전략 총괄인 하스나인 말릭은 "현재보다 조금만 나쁜 시나리오가 나와도 시장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이날 헤즈볼라와의 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 '부정적 관찰 대상'을 유지했다.
S&P가 이처럼 이스라엘의 등급을 낮춘 것은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이다.
S&P는 성명에서 "최근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분쟁이 장기화되고 격화돼 이스라엘 안보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앞서 무디스도 지난달 27일 헤즈볼라와의 분쟁 확대 등 지정학적 위기 고조를 이유로 이스라엘의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으로 두계단 내렸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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