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몸담은 팀 떠났지만…1년 만에 끝이 보인다, 김강민에게 가장 좋은 모양새는 무엇일까
[OSEN=이상학 기자] 한국야구를 수놓은 1982년생 황금 세대도 거의 저물어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뒤 마지막 4년을 한국에서 보낸 추신수는 지난 1일 소속팀 SSG가 수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5위 결정전에서 KT에 패해 현역 마지막 시즌이 끝났다. 시즌 전부터 은퇴를 예고한 추신수는 이날 9회 1사 1루에 대타로 나섰지만 헛스윙 삼진으로 커리어 마지막 순간을 마무리했다.
이제 1982년생 현역 선수는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 삼성 투수 오승환과 한화 외야수 김강민이다. 올해 1월 삼성과 2년 총액 22억원에 FA 계약한 오승환은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지만 김강민은 내년 계약이 보장되지 않았다. 향후 거취를 놓고 구단과 논의 중으로 아무래도 은퇴 쪽에 무게가 실린다.
김강민은 SSG 프랜차이즈 선수였다. 전신 SK 시절인 2001년부터 SSG로 구단 간판이 바뀐 뒤에도 한국시리즈 MVP로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2023년까지 무려 23년을 몸담은 팀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가질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22일 열린 KBO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가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김강민을 깜짝 지명한 것이다. SSG는 35인 보호선수명단에 김강민을 제외하면서 그와 관련해 별도의 은퇴 예정 및 논의 표시를 따로 하지 않았다.
외야수 보강과 함께 선수단에 경험을 더하고 싶었던 한화가 김강민을 뽑으면서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다. 그대로 은퇴할 수도 있었지만 김강민은 한화 구단 설득 속에 현역 연장이라는 어려운 결심을 했다. 뿔난 팬심과 거센 비판 여론 속에 SSG는 김성용 전 단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23년 몸담은 인천을 떠나 대전으로 내려온 김강민은 등번호도 0번에서 9번으로 바꾸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화도 김강민에게 엄청난 성적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일주일에 1~2경기 정도 선발로 뛰면서 경기 후반 이기는 상황에 수비로 백업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길 바랐다.
그러나 올해도 8위로 시즌을 마친 한화는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김강민도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아쉬운 1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김강민의 올해 성적은 41경기 타율 2할2푼4리(76타수 17안타) 1홈런 7타점.
개막 일주일 만에 가벼운 햄스트링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그는 열흘 뒤 복귀했지만 타격감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 4월말 2군에 내려갔다. 5월초 퓨처스리그 4경기를 뛰며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5월10일 1군 복귀 후 맹타를 휘둘렀다. 5월 15경기 타율 4할3푼3리(30타수 13안타) 1홈런 6타점을 올렸다. 5월30일 대전 롯데전에선 7회 대타로 나와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노익장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난 6월2일 대구 삼성전에서 7회 상대 투수 코너 시볼드의 강속구에 헬멧을 맞는 불운을 겪었다. 헤드샷 충격으로 이튿날 다시 1군 엔트리 말소됐다. 김경문 신임 감독이 취임식을 가진 날이었다.
열흘 쉬고 다시 1군에 올라왔지만 5월 한창 좋았을 때 감을 찾지 못했다. 6월말 햄스트링 통증이 재발하며 다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군에서 짧게 조정한 뒤 7월7일 1군 복귀했지만 이후 5경기 1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7월18일 엔트리 말소 후에도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배팅볼을 던져주며 후배들의 훈련을 도왔다. 9월 이후에는 2군에서 경기를 뛰지 않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7월17일 창원 NC전(6번 지명타자, 3타수 무안타)이 김강민의 마지막 경기 출장으로 남아있다.
‘짐승’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고의 운동 능력을 자랑한 김강민이었지만 이제는 나이를 못 속인다. 헤드샷 불운도 있었지만 햄스트링 통증이 반복됐고, 수비 움직임도 예전 같지 않았다. 선수로서의 시간은 이제 끝이 다가왔다.
관건은 어떤 모양새로 마무리하느냐는 것이다. 1년 전 김강민에게 현역 연장을 권유한 한화는 도의적 책임이 있다. 충분히 예우해서 숙고 끝에 거취를 결정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한화는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한 김강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여도를 인정하고 있다. 은퇴를 한다면 코치직 제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더라도 SSG 색채가 워낙 강한 선수란 점에서 양 구단의 공조가 필요할 수 있다. 지난달 14일 잠실 KT전에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로 등록돼 ‘두산 선수’로 마지막을 장식한 더스틴 니퍼트의 사례가 있다. 팀을 떠나긴 했지만 김강민을 향한 SSG 팬심은 지난 3월26일 인천 경기에서 확인됐다. 9회 김강민이 상대 선수로 타석에 들어서자 인천 팬들이 목놓아 그의 응원가를 부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6월15일에는 SSG 에이스 김광현이 대전에서 김강민을 상대하기 전에 모자를 벗어 인사하며 예우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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