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예고한 종투사 제도 개선안 연내 나올까… 몸집 불리려는 증권사들 긴장

전준범 기자 2024. 10.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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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예고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개선 작업이 연내 마무리될 것인지에 증권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투사 제도 보완 속도에 따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 시도도 목표 달성 시점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2024년이 석 달밖에 남지 않은 데다 10월은 국정감사로 금융당국 업무가 더딜 수밖에 없어 연내 제도 개선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의 종합투자계좌(IMA) 업무, 하나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대신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등 증권사들의 신규 사업 진출 계획도 줄줄이 내년으로 밀리게 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월 1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 신용공여·NCR·IMA 등 들여다보는 금융위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내부적으로 종투사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8월 29일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금융회사라는 측면에서 증권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도입 10년이 경과한 종투사 제도의 공과를 평가하고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업계와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종투사는 정부가 혁신 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2013년 도입했다. 종투사가 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100%에서 200%까지 확대되고, 헤지펀드에 자금을 대출하거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가능해진다. 재무 요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투사에 지정된 국내 증권사는 현재 총 9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키움)이다.

김 위원장이 종투사 제도 개선을 예고한 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부동산 금융에 사업이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서다. 금융위는 초기 중견기업과 재무구조 개선 기업 등에 대한 신용공여를 확대하고, 현재는 100% 이상을 유지해야만 하는 영업용순자본비율(Net Capital Ratio·NCR) 규제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2016년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도입한 IMA도 이번 종투사 제도 개선 내용에 포함된다. IMA 사업자는 고객에게 원금 보장 조건으로 예탁금을 받아 기업 대출, 회사채 등에 투자할 수 있다. IMA 사업 자격을 얻으려면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이어야 한다. 국내에선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해당하는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이유로 두 증권사 모두 이 사업에 아직 진출하지 않았다. 현재 금융위는 IMA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 체급 키우려는 증권사들 “연내 개선안 나와야 하는데”

금융위는 종투사 제도 개선 방안을 가급적 연내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목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2024년이 마지막 분기에 접어든 가운데 10월 한 달은 국회 국정감사에 대응하느라 금융당국 업무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서다. 금리 인하 본격화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우려 등 금융위가 우선순위에 두고 대응해야 하는 현안이 많다는 점도 변수다.

종투사 제도 개선 작업이 해를 넘기면 연내 신규 사업 진출을 기대했던 증권사들도 목표 달성 시기를 내년으로 미뤄야 할지 모른다. 대신증권은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3조2765억원(연결 기준)을 달성하며 종투사 재무 요건(3조원)을 갖췄다. 종투사는 재무 요건을 충족한 증권사가 지정을 신청하면 금융위가 승인하는 구조다. 대신증권은 연내 종투사 지정을 기대하고 있는데, 만약 금융위가 “제도 개선안 마련 전까지 신규 지정을 보류한다”고 통보하면 대신증권의 종투사 진출도 내년으로 밀린다.

금융당국이 같은 이유로 초대형 IB 인가까지 늦추면 연내 6번째 초대형 IB 탄생도 물거품이 된다. 현재 국내 초대형 IB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이다. 기존 종투사 가운데 메리츠증권과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은 초대형 IB 재무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충족한 상태다. 이들 중 신한투자증권을 뺀 나머지 3개 증권사는 초대형 IB 도전을 공식화했다.

특히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이 의욕적이다. 하나증권은 작년부터 초대형 IB 의지를 드러냈고, 키움증권은 내부적으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초대형 IB 자격을 얻으면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으로 자기자본의 2배까지 판매할 수 있다. 발행 절차가 간단하고 자금 조달도 쉬워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쏠쏠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종투사보다 초대형 IB 자격 획득 심사가 훨씬 까다롭고, (초대형 IB 인가를 받더라도) 발행어음 인가는 별개로 또 받아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종투사 제도 개선 작업 도중에 초대형 IB 추가 인가에 나설 확률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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