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경기만에 끝난 ML 데뷔시즌..이정후의 각오 “많이 부족했다..남은 야구인생, 부상 없었으면”
[인천공항(영종도)=뉴스엔 안형준 기자]
이정후가 짧은 데뷔시즌을 돌아봤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10월 1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을 마친 이정후는 아쉬움과 함께 고국 땅을 밟았다.
올시즌에 앞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 역대 한국인 포스팅 최고액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5월 수비 도중 펜스와 충돌해 어깨 부상을 당했고 수술을 받아 시즌아웃됐다. 37경기에서 .262/.310/.331 2홈런 8타점 2도루를 기록한 이정후는 데뷔 시즌을 짧게 마쳤다.
모두가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시즌이었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였던 이정후는 누구보다 큰 기대를 받았다.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류현진(6년 3,600만 달러)을 아득히 뛰어넘은 것은 물론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이었다. 한국의 야구팬들은 물론 샌프란시스코 구단도, 메이저리그도 이정후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부상도 아쉬웠지만 시즌 초반 빅리그 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컨택율은 높았지만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고 공을 제대로 띄우지 못하는 모습도 있었다. 타율 0.262, OPS 0.641의 성적은 냉정히 KBO리그에서 이정후가 쌓은 '이름값'을 감안하면 한참 부족했다.
이정후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하다보니 '좀 더 뭔가 했더라면..'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조금씩 공이 눈에 익기 시작했는데 그 때 다치는 바람에 너무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적응이 끝나갈 시점에 부상을 당했다는 아쉬움이다. 이어 "그것도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올해 1년을 했지만 내년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느낀 것을 겨울에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부 현지 언론들도 지적한 낮은 발사각도 문제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야구응 몇 달 만에 고치기는 쉽지 않다"며 "연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어야 하는 것이지 그것만 신경쓰다보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놓칠 수도 있다. 올해 한 것을 토대로 겨울에 준비하다보면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고 반응했다. 특정 지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너무도 짧았던 데뷔시즌, 누구보다 이정후 본인의 아쉬움이 가장 컸다. 이정후는 "올시즌 얻은 것이 있었을지 잘 모르겠다. 경기를 너무 못뛰어서 얻었다고 얘기하기도 좀 그렇다. 경기에 뛴 시간들이 솔직히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재활했던 시간이 더 길었다"며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그 아쉬움 때문일까. 첫 시즌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길도 발걸음이 가벼운 느낌은 아니었다. 이정후는 "(귀국길이)막 설레거나 하는 느낌보다는 그냥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구나'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한국에서보다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다른 팀들은 이제 또 중요한 경기(포스트시즌)를 하는데 나는 시즌을 끝내고 온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건강에 대한 중요함을 새삼 느낀 이정후였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뛴 지난 시즌에도 발목 부상으로 시즌을 절반 정도밖에 치르지 못했다. 2년 연속 장기결장을 경험한 이정후는 "경기를 빠지지 않고 많이 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경기에 나서야 뭔가 상황이 벌어진다. 야구가 늘어야 하는 시기에 자꾸 쉬고 있는 것이 걱정된다"며 "남은 야구 인생에서 부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끝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선수들은 결국 많은 경기에 출전해 자기 성적을 낸다. 부상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힘든 시간을 보낸 이정후는 정신적인 성장도 이룬 듯했다. 이정후는 "좋게 생각해야 한다. 안좋게 생각하면 끝도 없다"며 "한국에서와는 다른 멘탈을 가져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재활하는 동안 정신적으로도 메이저리그에 어울리는 선수가 돼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재활기간 동안 정신적으로 야구를 대하는 것, 경기를 준비하는 것 등에서 성숙해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있었다. 이정후는 "아무래도 개막 시리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꿈에 그리던 리그에 와서 경기를 했고 (김)하성이 형과도 뛰었다. 그 시리즈에서 안타도 치고 홈런도 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웃었다.
동료들에 대한 진심도 전한 이정후였다. 역시 지난겨울 포스팅으로 태평양을 건넌 '매제' 고우석은 결국 빅리그 데뷔를 이루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계약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도중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까지 됐다. 새 팀에서도 마이너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정후는 고우석에 대해 "우리 둘 다 올해 부족한 것을 많이 느꼈다. 직접 느낀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실패해봐야 얻는 것도 있다. 같이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같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절친이자 가족인 고우석에게 건네는 위로인 동시에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기도 했다.
히어로즈 동료이자 친구인 김혜성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김혜성은 올겨울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는 상황. 이정후는 "야구는 리그가 다르고 구장이 달라도 똑같다. 그래서 야구는 혜성이가 알아서 잘 할 것이다"며 "그보다는 생활적인 면에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나와 통역사만 한국말을 쓴다. 그런 환경에서 내가 먼저 다가가 말도 걸고 장난도 쳐야 팀원들도 나를 더 생각해준다. 힘들어도 먼저 다가가야 한다. 그런 것들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긴 재활은 거의 마무리 단계인 상황. 이정후는 "몸상태는 좋아졌다. 재활도 거의 끝났다. 8-90%는 회복이 됐다. 비시즌에도 소화할 프로그램이 있고 11월이면 야구 훈련도 시작할 예정이다. 구단에서 준 스케줄을 소화할 것이다"며 "그걸 잘 소화한다면 내년 스프링캠프는 문제없이 치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내년에는 잘하든 못하든 일단 많은 경기에 출전해서 야구를 해보고 싶다. 한 시즌을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소화하고 싶다. 그것부터 하고 나서 다른 목표를 차차 생각해보겠다"며 "1년 동안 많이 응원해주신 팬들께도 감사드린다. 준비를 잘해서 내년에는 부상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사진=이정후)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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