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재미를 안 김솔, 김단비와 PO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이재범 2024. 10. 2.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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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지난 시즌에 (플레이오프에서) 김단비 언니와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솔(174cm, F)은 2023년 화봉고 3학년 시절 17경기를 뛰었다. 평균 출전 시간은 40분. 인원이 적어 대회에 나가면 교체 없이 40분 내내 코트에 서 있었던 김솔은 평균 19.9점 11.2리바운드 5.6어시스트 3.6스틸 1.6블록을 기록했다. 다재다능함을 자랑했는데 그 중에 신장 대비 블록 능력이 눈에 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평균 블록은 2.3개였다.

지난해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전체 7순위)로 아산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김솔은 지난 시즌 11경기 평균 3분 2초 뛰었다. 프로의 맛만 살짝 본 셈이다. 용인 삼성생명과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분 40초 코트도 밟아봤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청주 KB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4강 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생명과 KB를 차례로 꺾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7명의 선수를 주로 기용했다. 이들 중 김단비와 이명관만 남고 나머지 5명(박지현, 박혜진, 최이샘, 나윤정, 고아라)이 팀을 떠났다.

2024~2025시즌을 준비하는 우리은행은 꼴찌만 매번 하다가 위성우 감독이 부임했던 2012~2013시즌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얼굴들이 떠난 이들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 이제 갓 프로에 입문한 김솔에게는 어쩌면 기회다.

김솔은 2020년 BNK센터에서 열린 올스타게임을 본 뒤 김단비와 같은 코트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지금은 김단비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호흡을 맞춘다.

김솔은 이번 오프 시즌 동안 위성우 감독의 담금질 속에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박신자컵에서는 평균 12분 57초 출전해 3.3점 1.8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7.5%(3/8)를 기록했다.

U16, U17, U18 대표팀에 꾸준하게 선발되었던 김솔이 한 단계 더 성장해 코트에서 제몫을 해내는 선수가 된다면 우리은행이 대폭 약해진 전력을 뒤엎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김솔은 자신이 꿈꾸던 김단비와 플레이오프에서도 함께 뛸 수 있다.

다음은 우리은행의 기대주 김솔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화봉고 시절 교체 없이 경기를 뛰었다. 체력이 좋을 거 같은데 우리은행 훈련은?
고등학교 때는 체력이 좋은 편이었는데 처음 여기(우리은행) 왔을 때 따라 뛰지도 못하고, 시간 안에 못 들어왔다. 이제는 언니들 따라 뛰면서 적응을 하고, 오프 시즌이 지나니까 체력이 올라오는 거 같다.

고등학교 훈련과 차이점
고등학교 때도 훈련량이 많고, 엄청 뛰었다. 그런데 인원도 적고, 애들이 못 뛰니까 80%만 뛰어도 1등을 했다. 그래서 거기(80%만 뛰는데) 맞춰진 체력이었다. 여기 와서는 100%로 뛰어도 언니들을 못 따라 뛰니까 매일 120%로 제 한계를 넘고, 넘고, 넘다 보니까 이제 조금 체력이 올라오는 거 같다. 어디서 더 많이 뛰고 이런 것보다는 제가 한계를 넘었냐 안 넘었냐의 차이다. 뛰는 건 초를 잰다. 초를 재면서 뛸 때 (시간이) 줄어드는 걸 보면 성취감도 있다(웃음).

이제는 뛸 만 하나?
힘들기는 한데 그나마 여기서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뛰는 거라서 뛰는 것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를 어떻게 지켜봤나?
(삼성생명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 처음에는 (1차전을) 지고 시작했다. 정규리그를 할 때는 항상 이겼으니까 이기겠지 하면서 응원하고 있었는데 지니까 판이 뒤집어지면 어떻게 하지 이러고 있었다. 그런데 언니들이 더 여기서 힘을 모아서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언니들이 이야기를 한 것처럼 집중하고 (경기를) 하니까 이겨서 챔프전까지 올라갔다. 진짜 프로가 이런 곳이구나, 멋있다 생각했다.

모두가 KB가 우승할 거라고 했었다. 그걸 뒤집고 끝까지, 엄청 몸싸움도 많이 하는 걸 보고, 나도 저렇게 하고 싶었다.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을 보면서 나도 빨리 언니들과 경기를 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중학교 때 제가 프로 가는 게 꿈이 아니었는데 중3때 올스타게임을 보러 갔다. 그 때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하던 단비 언니와 사진도 찍고, 여자 프로농구를 처음 봤다. 울산에는 남자농구(울산 현대모비스) 밖에 없었다. 너무 멋져서 집에 가서 엄마에게 단비 언니와 같은 코트에서 경기를 뛰고 싶다고 했었다. 지금 (김단비와) 같이 연습하고, 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지난 시즌에 (플레이오프에서) 단비 언니와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를 뛰려면 뭘 잘 해야 하나?
제 역할이 언니들 체력 보충을 위한 거라서 1분이든, 5분이든 실점을 하지 않아야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 여겨서 수비를 더 집중하고, 저는 쉬다가 들어가서 저를 막는 수비수의 체력을 뺏기 위해서 많이 뛰어다니고 기회가 나면 슛을 던지면 된다. 악착 같은 수비, 수비가 1순위라고 생각하고, 궂은일, 리바운드 참여나 루즈볼을 잡아주고, 제가 막내니까 들어갔을 때 토킹도 많이 해서 힘을 주고, 공격에서는 빨리 뛰어다니는 등 움직임이 많아야 한다.

수비 훈련을 더 많이 할 건데, 수비를 잘 따라하고 있나?
잘 쫓아간다고 말을 못 하는데 이렇게 수비를 하면서 언니를 막거나 볼을 뺏거나 했을 때 수비가 재미있는 거구나 알게 되었다. 수비가 더 재미 있으려면 잘 해야 한다. 더 잘 하고 싶다. 공격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수비도 재미있는 거구나 생각하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1년을 보냈는데 뭐가 좋아졌나?
1년이 조금 안 되었다. 웨이트도 많이 늘었고, 뛰는 것도, 인터벌을 못 뛰었는데 인터벌도 많이 늘었다. 1대1 수비나 2대2 수비를 못 했는데, 아직 부족하지만, 처음 왔을 때보다 많이 늘었다.

고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걸 더 훈련하고, 연습해서 프로에 오고 싶나?
1학년으로 돌아간다면 언니들이 저보다 잘 하니까 수비도 그렇고, 더 악착같이 할 거다. 처음에는 눈치도 보이고 그랬는데 그 때로 돌아가면 더 악착같이 하고, 고등학교 때도 수비를 많이 가르쳐 주셨는데 수비 설명하는 걸 더 집중해서 듣고 싶다. 웨이트도 열심히 할 거다.

고교 시절 신장 대비 블록을 잘 하는 편이었다.
블록을 잘 한다고 생각을 안 해봤는데 고등학교 때 코치님께서 타이밍을 잘 안다고 하셨다. 그렇게 잘 한다는 생각을 못 해봤다. 프로에서 경기를 뛰면 한 번씩 (블록을) 했지만, 운이 좋아서 했다고 여겼다.

박신자컵이나 훈련할 때 보면 3점슛 감각이 괜찮다.
고등학교 때는 제가 주축이어서 슛이든 돌파든 모든 걸 했다. 대표팀을 갔을 때 슈터로 뽑혔다. 저는 처음에 슈터로 뽑힌 줄 몰랐는데 슈터로 뽑혔다고 하더라. 그 때 처음으로 슈터 움직임을 해봤는데 그 덕분인 거 같다. 고등학교에서는 슈터로 움직일 수 없었다. 팀에서 먼 거리에서 슛 연습을 시켜서 슛 거리가 길어서 슈터로 뽑힌 게 아닌가 생각도 했었다.

2024~2025시즌은 어떤 시즌이었으면 좋겠나?
오프 시즌 때 아산 전지훈련을 가고, 매일 울고, 진짜 힘들었다. 그래도 진짜 열심히 했다. 그래서 딱 제가 열심히 한 만큼 코트에서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 마음처럼 경기를 못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실망 안 하고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거라고 여긴다. 제가 열심히 한 만큼 경기장에 나왔으면 좋겠다.

#사진_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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