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예스 '안타 新' 뒤엔 '원팀' 롯데 있었다, "무조건 나가라" 캡틴 엄명→홈런 후 "기운 주고파" 뜨거운 포옹 [창원 현장]

창원=양정웅 기자 2024. 10. 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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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창원=양정웅 기자]
롯데 빅터 레이예스(맨 왼쪽)가 1일 창원 NC전에서 KBO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02안타)을 세운 후 고승민(가운데)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어쩌면 빅터 레이예스(30·롯데 자이언츠)의 기록 도전 기회가 돌아오지도 않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료들의 의지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롯데는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5-1로 승리를 거뒀다.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를 이긴 롯데는 최종 7위를 확정했다.

이날 경기는 레이예스의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 달성 여부였다. 경기 전까지 그는 시즌 200개의 안타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4년 넥센 서건창(현 KIA)이 보유한 한 시즌 개인 최다안타 기록(201안타)과 단 1개 차이였다. 이미 역대 2호 200안타와 외국인선수 최다안타 기록을 보유한 그는 이제 새 역사 달성을 위해 나섰다.

롯데도 레이예스에게 타석 기회를 더 주기 위해 2번까지 올렸던 그의 타순을 시즌 처음으로 1번까지 승격시켰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경기 전 "최대한 많이 쳐야 한다"고 웃으며 "혹시라도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갈 수 있을까봐 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명타자 출전에 대해서도 "수비 나갈 이유가 없지 않나"고도 했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 레이예스는 1회 첫 타석에서 자신에게 5타수 무안타로 강했던 NC 선발 이재학을 상대로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어 3회 초 1사 1루 상황에서는 2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쳐 잘 맞은 타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중견수 최정원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롯데 빅터 레이예스가 1일 창원 NC전에서 5회 초 안타를 치고 나가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그래도 레이예스는 5회 초 팀이 한 점을 올린 후 2사 2루에서 이재학의 초구 패스트볼을 공략, 중견수 앞 안타를 만들었다. 이로써 그는 시즌 201번째 안타를 신고해 KBO 단일시즌 최다안타 공동 1위로 올라서게 됐다.

7회 초, 레이예스는 경기 4번째 타석 기회를 잡았다. NC 2번째 투수인 좌완 임정호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6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때 1루 주자 고승민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면서 이닝이 마무리되고 말았다.

8회까지만 해도 레이예스의 5번째 타석이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닝 첫 타자인 황성빈이 내야안타로 출루하고도 도루실패로 아웃됐고, 이후 전준우의 볼넷이 나왔지만 추가로 출루가 나오지 않았다. 만약 9회에도 4타자로 끝났다면 레이예스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9회 초 1사 후 박승욱이 NC 김재열에게 볼넷으로 출루했고, 다음 타자 고승민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5m의 투런 홈런을 뽑아냈다. 팀이 4-1로 달아나는 동시에 레이예스의 5번째 타석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라운드를 돌던 고승민은 레이예스에게 손짓을 했고, 더그아웃 앞 대기타석에서 뜨거운 포옹을 했다.

롯데 빅터 레이예스가 1일 창원 NC전에서 KBO 단일시즌 안타 신기록을 세운 후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어 9번 대타 나승엽의 우중간 2루타로 만들어진 1사 2루에서 나온 레이예스는 2구째 높은 포크볼을 통타했다. 좌중간으로 향한 타구는 왼쪽 펜스를 직격하고 나왔다. 레이예스의 시즌 202번째 안타이자, KBO 리그 새 역사가 작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2루로 향하다 아웃됐으나, 더그아웃의 동료들과 팬들은 그를 뜨겁게 맞이했다.

팀메이트들의 강한 의지를 레이예스도 느꼈다. 그는 경기 후 "솔직히 마지막에 긴장됐다"면서 "그런데 선수들이 다 '걱정하지 마, 우리가 무조건 마지막 타석 들어가게 해줄게'라고 한마음으로 말해줬다"고 했다.

레이예스의 9회 타석을 만든 수훈갑인 고승민은 사실 이날 햄스트링 불편함으로 스타팅에서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5회 대타로 투입된 후 9회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그는 "솔직히 홈런 칠 생각은 없었고, 몸쪽으로 오면 무조건 공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방망이를 세 마디 짧게 잡고 쳤다. 무조건 (타순) 연결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롯데 고승민(오른쪽)이 1일 창원 NC전에서 9회 초 2점 홈런을 터트린 뒤 빅터 레이예스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홈런을 치고 레이예스 생각이 바로 났다는 고승민은 "(더그아웃에) 들어와서 바로 안겼다. 내가 쳤던 이 기운을 무조건 다 레이예스에게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장 전준우가 경기 후반 농담 섞인 말로 "다 죽는다, 무조건 살아나가라"고 했다는 걸 언급한 고승민은 "저희도 다 같은 마음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예스와 한 시즌을 보낸 고승민은 "딱 202개만 치길 원했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언젠가는 저도 도전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를 마친 레이예스를 향해 롯데 선수단은 물을 뿌리며 대기록을 축하했다. 비록 올 시즌 가을야구는 무산됐지만, 마지막 날 '원팀'으로 뭉친 선수들은 레이예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했다.

롯데 선수단이 1일 창원 NC전에서 KBO 단일시즌 안타 신기록을 세운 빅터 레이예스에게 축하의 물세례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창원=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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