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상 칼럼] 한동훈은 尹대통령의 보완재인가, 대체재인가
자신의 ‘보완재’이길 기대
김 여사 문제, 의료 사태로
‘대체재’ 모색하자 갈등
당대표는 참모 아닌
대통령의 정치 파트너
“진짜 이유 말해봐요. 왜 나를…”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이건 정치가 아니라 영화 이야기다. 보스는 자신의 모든 걸 맡길 수 있는 부하에게 특별 임무를 준다. 자신의 젊은 애인을 감시하라, 다른 남자를 만나면 즉시 보고하라. 이 부하는 2인자 경쟁에서 선두였다.
부하는 보스 애인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걸 알게 됐지만, 남자를 패줬을 뿐 이런 사실을 보스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무슨 명령이든 따랐던 이 부하는 여기서 어긋난 행동을 하고 만다. 사실대로 보고했을 경우 여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보스가 아닌 여자의 ‘눈높이’로 판단했다. 부하는 왜 보스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 몰라 독대를 요청하지만 거부당한다.
여기부터는 정치 이야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함께 일했던 검사 3명을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금감원장에 임명했다. 당사자들은 윤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고 말하고, 친윤들은 대통령이 그들을 데리고 있었다고 말한다. 한동훈 대표, 이원석 전 검찰총장, 이복현 금감원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검사 때나 지금이나 이들을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자신의 ‘보완재’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꼼꼼하고 치밀하고 전략적이다. 윤 대통령은 선이 굵다. 이건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검사 윤석열이 이름을 알린 적폐 청산, 댓글 수사는 이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이들은 훌륭한 팀이었다. 보완재 한동훈이 있었기 때문에 윤석열이라는 본체가 빛났다.
윤 대통령은 원래 한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차출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보완재로서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여당은 한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요청했다. 윤재옥 당시 당대표 권한대행은 “비대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으로 물색하겠다”고 했고, 결론이 한동훈이었다. 이때 이미 한동훈과 대통령 갈등의 축인 ‘국민 눈높이’가 등장한다.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이 되자 최대 난제였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문제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언급했고 얼마 안 돼 사퇴를 요구받았다. 대통령은 그를 여전히 ‘보완재’로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하려 한 것이다. 친윤들은 한동훈이 윤석열의 ‘대체재’가 되려 한다고 수군거렸다. 비대위원장 때는 이종섭, 황상무, 비례대표 공천으로 당대표가 된 이후에는 해병대원 특검, 김경수 복권, 의료 사태, 다시 김 여사 문제로 충돌했다. 이번 용산 만찬을 두고 “한기(寒氣)마저 느껴졌다”고 말한 의원도 있다.
집권당 대표는 장관이나 참모와 달리 대통령의 ‘보완재’가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되는 자리다. 상명하복이 아닌 정치 파트너로 협력하고 때론 갈등을 감수하는 게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숙명적 관계다. 수시로 만나고 전화하는 게 정상이다. 독대를 하네 마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대표는 김 여사, 의료 사태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독대에서 말하려 한 것 같다. ‘보완재’ 한동훈, ‘대체재’ 한동훈은 공존하기 힘들었다.
갈등의 중심에 있는 김 여사 문제는 임계점에 왔다. 준 사람은 죄가 되고, 받은 사람은 죄가 없다는 건 법률적으로 맞을지 몰라도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 지난 대선 때 김 여사가 허위 경력과 관련해 사과 회견을 하며 한 말이다. 여기서도 ‘국민 눈높이’가 나온다. 묘한 일이다.
다시 영화 이야기다. 보스와 대립한 2인자(이병헌)는 보스(김영철)와 최종 독대한다. “너 정말 이럴 거냐” 보스가 물었다. “당신 밑에서 열심히 일해온 나한테 왜 그랬어요. 진짜 이유를 말해봐요” 보스는 답한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영화는 엔딩 자막이 나오면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 하지만 대통령과 한 대표 문제는 엔딩 자막이 뜨면 정말 끝장 나는 정치다. 한동훈과 윤 대통령 관계는 김 여사 문제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10월 16일 재보궐 선거 후 ‘이재명 극장’이 열린다. 다음 달 선거법과 위증교사 1심도 나온다. 배우, 조연, 팬클럽, 훼방꾼 모두 준비 운동 중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옆집 ‘김건희 극장’이 불야성이다. 이렇게 흥할 영화가 아니었는데 극장 주인이 박절하지 못했다. 조조 할인에 심야 할인, 동시 상영에 롱런 기세다. 이러다 ‘이재명 극장’, 파리 날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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