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이시바 내각 출범과 한·일 관계
2025년 국교정상화 60주년, 양국 발전 모색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가 102대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높은 국민적 인기가 있으면서도 자민당 내에서는 비주류였던 이시바 총리 취임은 본격적인 ‘포스트 아베 시기’의 개막이라는 일본 정치 지형의 변화를 의미한다. 미국 대선과 지역분쟁 등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시바 내각의 출범은 한·일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호재라고 할 수 있다.
이시바는 방위청 장관과 방위성 대신을 역임하며 안보 문제에 정통한 인물이다. 중국의 해양 진출, 북한의 핵과 탄도탄 능력 고도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중시한다. 지난 수년간 윤석열정부와 기시다 내각은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바이든 정부와 함께 한·미·일 삼각협력 체제를 강화해 왔다. 한·일협력의 중요성을 숙지하고 있는 이시바는 삼국 협력 체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는 “미·일 핵공유”에 전향적이고, ‘아시아판 나토(NATO)’의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이 ‘주권 국가’가 되기 위해 자위대를 명기한 헌법 개정, 미·일안보조약이나 SOFA의 개정을 지론으로 갖고 있다. 다만 이시바의 안보관이 한·일관계나 미·일관계에 당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 그가 총리에 취임할 경우 제도상의 제약, 아시아 국가들의 입장, 미국의 대외전략 등 현실 상황을 반영하여 유연한 입장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시바 내각의 정권 안정성은 10월 말에 치러질 중의원 선거와 내년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신내각 출범이라는 컨벤션 효과와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유지,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의 지지, 야권의 분열 등을 감안한다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이시바가 안정적인 정국 운영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만약 이시바 내각이 단명 정권으로 마감할 경우, 자민당에서 보수 우파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는 급속히 개선되었지만, 과거사 문제 관련 국민적 불만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2025년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에서는 이시바 내각에 대해 과거사 문제 관련 ‘통 큰 결단’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시바의 리더십과 정권 안정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거사 관련 전향적인 조치는 보수 우파의 반발을 불러 결과적으로 한·일관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1990년대에 일본 정부의 과거사 관련 일련의 사죄와 반성이 보수세력의 반발을 불러 21세기 들어 매파적 보수정권의 장기집권을 초래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급한 기대보다는 장기적이고 전략적 관점에서 역사 직시와 미래 협력의 균형적 조화를 염두에 두고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아갈 필요가 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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