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범람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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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간식을 좀 살까 싶어 주위를 둘러보던 참이었다.
무엇도 사지 못한 채 거리를 서성이며 나는 그것을 떠올렸다.
비닐랩으로 단단히 감싼 그것의 이름이 왜 고로케였는지 모르겠으나 모두가 그렇게 불렀다.
나는 성인이 된 뒤에도 한동안 크로켓 하면 그것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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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베이커리만 세 개, 그중 두 개는 대기업 브랜드라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팥과 버터를 넣은 호두과자 전문점과 다코야키 가게는 포장 전문이라 가게가 작은 대신 출입구가 커다랬다. 종류가 오십 개는 너끈히 넘는데도 계절마다 신메뉴가 나오는 와플 가게와 구움과자 가게, 꾸덕꾸덕한 치즈 케이크를 시그니처로 밀고 있는 케이크 가게도 있었다. 유행이 끝난 탕후루 가게는 대부분의 메뉴에 품절을 걸어놓고 홍콩식 디저트를 팔았다. 도넛 가게가 두 개, 햄버거와 피자와 치킨집은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샐러드 가게와 함께 들어선 요거트 아이스크림 가게들은 간판만 조금 다를 뿐 메뉴가 전부 같았다. 미국식 샌드위치와 멕시코식 샌드위치, 닭강정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끝이 나질 않았다. 이 모든 것이 한 블록 안에 들어있다는 사실은 무서울 정도였다. 왜냐하면 이렇게 또 한 블록이, 그다음 블록이 계속해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나는 각기 다른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내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게들 사이로 걸었다. 통유리창과 당기시오 팻말이 붙은 출입구, 키오스크와 고만고만한 테이블들이 요거트 가게에도 도넛 가게에도 샌드위치 가게에도 있었다. 얼마 전 문을 닫은 컵과일전문점은 어느 틈엔지 내부가 텅 비어 있었다. 뜯겨나간 시설들의 빈 그림자가 실내 여기저기 얼룩처럼 남았다. 저 자리에 이번엔 뭐가 들어오게 될까. 저렇게 쉽게 만들어지고 더 쉽게 뜯겨나가는 자리에 한 줌이나마 기억이 자리 잡을 틈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같은 자리를 빙빙 돌았다. 몇 번을 살펴봐도 도무지 들어갈 수 있는 가게가 없었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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