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총리 첫 기자회견 “우린 납득과 공감의 정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가 첫 기자회견에서 “규칙을 지키고, 일본을 지키고, 국민을 지키고, 지방을 지키고, 청년과 여성의 기회를 지키는 ‘다섯 기둥, 다섯 가지’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의원 조기 해산 뒤 27일 총선거, 미·일 지위협정 개정,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 등 기존 드러내왔던 자신의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1일 밤 이시바 총리가 취임 첫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향해 용기와 진심을 갖고 진실을 말하며, 겸손하고 성실하게 따뜻한 정치를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정부를 ‘납득과 공감의 정부'라고 이름 붙였다.
첫 기자회견에서는 우선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 한 명, 한 명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경제 대책으로 저소득층 가구에 대한 지원금 등 물가상승에 대한 긴급대책을 실시하겠다”며 “디플레이션 탈피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경제 재정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어받아 개인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실질임금 상승과 의료·연금 등 사회보장 개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2030년 이전에 전국 평균 최저임금을 시간당 1500엔(1만3800원)까지 끌어올리고 싶다는 구상도 밝혔다. 또 통화정책을 둘러싼 일본은행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금융완화라는 기본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기시다 정부 교체의 결정적 원인이 된 자민당 내 파벌 정치인의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정치 개혁을 약속했다. 이시바 총리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자민당 총재인 내가 설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실태 파악을 위한 재조사를 할 수 있냐’는 질문에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 그런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자금 사건으로 처분을 받은 의원과 관련해서는 “선거구에서 어느 정도 지지를 받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루 전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9일 중의원 조기 해산, 15일 선거 공고, 27일 총선거 투·개표’ 방침을 밝혔던 그는 이날 총리로서 이런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내각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묻는 것은 헌법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며 “우리 내각을 신뢰할 수 있는지 혹은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를 주권자인 국민에게 묻는 것은 대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총리 취임 뒤, 8일만에 중의원을 해산하는 것은 역대 최단기 기록이다.
야당 쪽에서 중의원 해산에 앞서 예산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치자는 요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소신 표명과 당 대표와의 질의 응답도 진심으로 말하고, 성심을 다해 임하고 싶다”며 “(기간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국민의 마음을 울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빨리 믿음을 물어야 한다는 것과 국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판단할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 모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시바 총리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미·일 지위협정 개정 문제에는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예를 들어, 자위대는 땅이 좁은 일본 안에서 충분한 훈련을 할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데, (미국과) 동맹 강화를 위해 미국에 훈련장을 만드는 것은 군사적 합리성이 있다”며 “지위 협정 개정은 당연히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제대로 논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협정 개정 요구로) 일·미 동맹에 우려가 생긴다는 말이 있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도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본 정부의 오랜 과제인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납치 피해자들의 조속한 귀국 실현을 위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또 교육 개혁과 여성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국민적 논의를 주도해 제도 개혁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확인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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