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맞먹는 ‘현무-5’ 첫 공개…‘힘 과시’에 2년간 180억

곽희양 기자 2024. 10. 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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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군 76주년 국군의날
‘현무-5’ 앞 지나며 경례하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현무-5’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량응징보복 주요 전력…탄두중량 8t, 세계 최고 수준
‘힘에 의한 평화’ 기조 맞춤형 행사에 “예산 낭비” 비판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과 시가행진이 1일 열렸다. 핵무기 위력에 맞먹는 미사일 ‘현무-5’가 처음으로 공개됐고,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상공을 날았다.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라는 대북 정책 기조에 맞춰 지난해에 이어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과시성’ 행사에 2년간 18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국군의날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에선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의 주요 전력인 지대지미사일 현무-5가 공개됐다. 현무는 군이 비밀리에 개발하는 무기로, 북한 지휘부가 숨어 있는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용도 등으로 쓰인다. 3축 체계는 대량응징보복과 적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 적 미사일을 공중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 구성된다.

현무-5는 9축 18개 바퀴의 이동식발사대(TEL)에 원통형 발사관을 탑재한 모습이었다. 발사관의 길이는 약 20m로 추정된다. 현무-5의 위력은 핵무기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려진 탄두 중량은 8t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탄두 중량을 줄이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사거리 3000~5500㎞)처럼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식에선 현무-3과 현무-4도 함께 선보였다.

미 공군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는 기념식장 상공을 비행했다. 국군의날 기념식에 미군 전략자산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랜서는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북한에 강력한 한·미 동맹의 힘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밖에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스텔스 전투기 F-35, 소형무장헬기와 아파치 헬기가 전술 비행을 펼쳤다. 4족 보행 로봇, 대공제압무인기, 무인잠수정 등 유·무인 전투체계도 나왔다.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도 지난해에 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4시부터는 서울 중구 숭례문에서 광화문까지 약 1.2㎞의 시가행진이 진행됐다. 기념식에서 선보였던 일부 무기들이 시민들 앞에 공개됐다. 시가행진 중에는 6·25전쟁 서울 수복 당시 태극기를 게양했던 경복궁 앞 월대에 태극기를 거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은 대형 태극기의 뒤를 따라 행진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10년 만에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재개했고, 올해까지 2년 연속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가행진을 벌인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 기념식과 시가행진, 포럼·축하행사 등에 101억9000만원, 올해는 79억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 이후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산 낭비 우려가 있으므로 대규모 행사의 개최 주기, 빈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참여연대와 전쟁없는세상 등 시민단체들은 논평을 내고 “군사독재 시절 권위주의적 발상으로 기획된 군사 퍼레이드”라며 “시가행진은 윤 정부의 실패한 군사대결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용 행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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