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의 물음, 윤도현의 오답… KIA가 흥분한다, 아직 더 보여줄 게 있으니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절대 3루까지 뛰지 말라고 그랬는데”
전반기에는 KIA 퓨처스팀(2군) 감독, 후반기에는 KIA 수석코치로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힘을 보탠 손승락 수석코치는 한 선수의 부상 당시를 아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바로 팀 내 야수 최고 유망주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윤도현(21·KIA)이다. 윤도현은 지난 4월 10일 퓨처스리그(2군) 상무와 경기 중 3루로 뛰다 슬라이딩 과정에서 왼쪽 약지와 검지 사이의 중수골을 다쳤다. 검진 결과 골절이 발견돼 이 뼈가 붙을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평소 윤도현의 공격성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손 코치였다. 스프링캠프에서 대활약을 펼치다 옆구리 부상을 당해 재활군으로 내려와 이제 막 경기에 나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손 코치는 윤도현에게 “2루까지는 괜찮지만 상황이 되더라도 절대 3루까지는 뛰지 마라”고 엄명(?)을 내렸다.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부상을 당할까봐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도현은 이 지시를 순간적으로 잊었다. 잘 맞은 타구가 우중간을 갈랐다. 윤도현의 발은 불이 붙었고, 2루를 돌아 3루까지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3루 슬라이딩 과정에서 또 다쳤다. 윤도현은 당시 상황에 대해 “슬라이딩을 하고 보니까 전날 저녁에 코치님께서 ‘3루까지 가지 말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이 났다. 우중간 타구였는데 중견수가 한 번 놓치면서 거기서 2루에서 3루까지 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떠올렸다. 어쨌든 윤도현은 그 부상으로 또 오랜 시간을 날렸다. 지금도 손 코치를 비롯한 퓨처스팀 코칭스태프는 그 슬라이딩을 떠올리며 한탄을 하곤 한다.
윤도현도 전날 밤까지 ‘3루까지 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아놓고 그렇게 뛴 것에 대해 코칭스태프에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 되면 다시 뛸 것이냐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런데 다시 그 상황이 되면 다시 뛰었을 것 같다. (제약이 없다면) 당연히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오로지 내 슬라이딩 잘못으로 인한 부상이었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그 공격성과 자신감, 그리고 당당함이 그것이 윤도현을 지금까지 지탱한 힘이었다.
부상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기회를 기다린 윤도현은 시즌 막판 이범호 KIA 감독의 집중 테스트를 받으며 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시리즈에서 쓸 수 있는 우타 교체 자원 테스트, 장기적으로는 팀 내야를 이끌 윤도현의 기량 점검과 적합한 포지션을 찾기 위한 테스트가 시즌 마지막 6경기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2루수·3루수·유격수 자리에서 모두 선발 출전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윤도현은 시즌 마지막 6경기에서 타율 0.407, 1홈런, 8타점, 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00을 기록하며 아마추어 시절 동기인 김도영과 쌍벽을 이뤘다는 그 타격 능력을 재확인했다. 부상으로 반 시즌 이상을 날리기는 했지만, 2월 오키나와 실전 당시 보여줬던 그 엄청난 타격 재능을 이번에는 모든 팬들이 보는 앞에서 과시했다. 이제 KIA의 모든 팬들이 김도영과 윤도현이 함께 서는 내야를 그리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윤도현의 공격 재능은 확실하다고 장담한다. 공격은 그만 가만히 놔둬도 경기만 계속 출전하면 자기 것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만 수비 포지션을 확실하게 결정하기 위해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윤도현은 6경기에서 어쩌면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 감독은 바깥쪽 변화구 약점에 대해서도 “김도영도 처음에는 상체의 리듬이 없었다”면서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윤도현의 타격 재능은 타격 코치로서 신인 시절부터 봤기에 더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윤도현은 더 보여줄 게 있다며 벼른다. 윤도현은 “수비는 확실히 이것만큼은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3루나 2루나 어디에 가든 어색하지 않다. 한 이닝씩 뛰어도 될 정도로 어려움이 없다”면서 “수비는 하루에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고 아직 멀었다. 하지만 학창 시절부터 수비에 자신이 있었고 실수를 안 한다는 것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윤도현의 자신감을 전해들은 이 감독도 빙그레 웃었다. 웃음 속에는 어쩌면 앞으로 그런 자신감을 실험할 시련이 많이 찾아올 것이고,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뉘앙스로 읽혔다. 하지만 이 감독도 윤도현이 앞으로 분명 대성할 수 있는 재능이라 생각한다. 이 감독은 윤도현이 첫 경기 이후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도현아, 앞으로 그런 인기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라고 물었다. 윤도현은 “야구를 계속 잘해야 됩니다”라고 답했지만 이 감독이 원했던 답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곧바로 “아니야, 넌 안 다치기만 하면 돼”라고 오답(?)을 바로잡아줬다. 안 다치기만 하면 대성할 그릇. KIA에 또 그런 흥분되는 선수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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