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관리소, 국가 책임을 증명하는 증거”…동두천에 간 평화버스

이준희 기자 2024. 10. 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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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 검문에서 검진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차에 태워졌습니다. 차에 있던 언니들은 우리가 '몽키하우스'에 간다고 했고, 저는 어두운 밤 깊은 산 속에 있는 어딘지도 모를 건물에 끌려가 성병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페니실린 주사를 맞았습니다. 주사를 맞고 기절하는 언니도 있었습니다."

미군 '위안부' 피해자 ㄱ씨는 1일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주차장에서 열린 '동두천 성병관리소 철거에 반대하는 동두천평화문화제'에서 무대에 올라 당시의 기억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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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위안부’ 피해자 ㄱ씨가 1일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주차장에서 열린 ‘동두천 성병관리소 철거에 반대하는 동두천평화문제’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불시 검문에서 검진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차에 태워졌습니다. 차에 있던 언니들은 우리가 ‘몽키하우스’에 간다고 했고, 저는 어두운 밤 깊은 산 속에 있는 어딘지도 모를 건물에 끌려가 성병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페니실린 주사를 맞았습니다. 주사를 맞고 기절하는 언니도 있었습니다.”

미군 ‘위안부’ 피해자 ㄱ씨는 1일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주차장에서 열린 ‘동두천 성병관리소 철거에 반대하는 동두천평화문화제’에서 무대에 올라 당시의 기억을 털어놨다. ㄱ씨는 “동두천시가 철거하려는 건물은 우리를 가둬놓고 강제 주사를 놨던 증거”라며 “이 건물을 철거하면 그 증거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후대에 남겨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문화제는 기지촌여성인권연대 등 64개 단체가 꾸린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했다. 서울과 수원에서 평화버스를 타고 온 이들을 포함해 약 200명이 문화제에 참가해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를 외쳤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는 정부가 미군 위안부를 대상으로 성병 검사를 해 낙검자(검사 탈락자)를 완치될 때까지 가둬두던 곳이다. 1973년 세워져 1996년 폐쇄됐다. ㄱ씨가 말한 ‘몽키하우스’는 당시 미군이 이 건물을 부르던 명칭이다. 동두천시는 소요산 개발 사업을 위해 해당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지만, 공대위에서는 이 건물이 기지촌 여성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증명하는 곳이라며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울타리로 막혀있는 성병관리소 진입로에 설치한 걸개. 이준희 기자

이날 문화제 참가자들은 건물 보존과 역사에 대한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은 “(성병관리소 문제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할머니, 어머니, 이모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전해져 무의식에 켜켜이 쌓여 그것을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됐다”며 “우리가 늘 직시하고 들여다보고 보살피고 마침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것을 기억하고 전승해야 한다”고 했다.

소요산 입구에서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날 동두천중앙역으로 이동해 동두천 시내를 행진했다. 공대위는 성병관리소 철거를 막기 위해 유엔 인권위원회에 서신을 보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동두천시는 지난달 6일 동두천시의회에서 통과한 철거 관련 예산을 바탕으로 성병관리소 철거를 맡을 용역업체를 2일 선정할 전망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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