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석탄발전소 142년만에 문 닫던 날…이젠 청정 에너지 센터로
“감사하다”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헌사
국제 환경 단체 ‘탈석탄’ 한국 동참 촉구 목소리도

“한 시대의 종말이다. 지난 140여년 동안 전력 공급에 기여한 석탄 노동자들에게 감사하다.”
1일(현지시각) 런던에서 기차로 약 1시간30분 북쪽에 위치한 노팅엄셔주의 랫클리프 온 소어 발전소에서 열린 영국 석탄발전 종료 기념 행사장. 마이클 생크스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 차관은 산업혁명과 경제성장을 이룬 영국 석탄발전에 기여한 모든 역사를 뒤로 하며 석탄 시대의 종언을 알렸다. 영국 마지막 석탄발전소였던 랫클리프 발전소는 전날인 30일 가동을 멈춰, 영국 석탄발전은 142년 만에 끝났다.
두께 7m, 높이 114m와 아래부분 지름이 87m(굴뚝 정상부 지름 55m)의 거대한 8개의 콘크리트 냉각탑이 위용을 뽐내는 이 발전소는 원자력발전 2기(2GW)의 발전 용량을 충당할 수 있다. 영국 중부의 동쪽지역 2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해왔다. 이날 발전소 운영 주체인 독일 에너지 기업 유니퍼의 관계자는 “랫클리프 발전소는 (홍차의 나라) 영국에서 하루 10억잔 이상의 차를 만들 에너지를 생산했고 지난 58년 동안 21조 잔 이상의 차를 끓여마실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때는 1만5천톤의 석탄을 운송할 수 있는 기차를 하루에 20대 이상씩 운행했다. 랫클리프 발전소는 강화된 유럽연합의 배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요소수를 이용해 질소산화물을 저감시키는 화학반응장치(SCR)가 달린 유일한 석탄화력발전소였기도 했다.
이날 20여명의 영국, 일본, 폴란드 기자들과 방문한 주조종실에는 ‘발전용량 0㎿’의 붉은 글씨가 눈에 띄었다. 영상 속 용광로 내부에는 약간의 석탄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터빈이 굉음을 내며 돌아가던 공장에는 노동자들을 향해 “당신들이 쓴 역사적인 이야기에 감사하다(Thank You)”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발전소의 남은 화학물질과 가스, 대량의 부산물과 폐기물을 제거하는 과정은 2년간 진행되고, 이후 굴뚝은 모두 철거한 뒤 2030년께 이 공간을 청정에너지 센터이자 에너지 신사업 연구를 위한 비즈니스 센터로 활용할 것이라고 영국 환경단체들은 밝혔다.

■ 정부가 정한 탄소가격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그대로
“랫클리프에서 일한 사람들을 기리는 동시에 더 깨끗하고 유연한 에너지의 미래를 수용한다. 우리는 탄소포집저장(CCS), 재생에너지, 수소와 같은 기술에 투자하고자 한다. 우리의 목표는 고객에게 저탄소 연료와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이날 마이클 루이스 유니퍼 대표가 말했다.
영국의 탈석탄 과정은 시장에서 ‘값싼 에너지원’의 대표주자였던 석탄발전의 가격 경쟁력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도록 만든 것이 주효했다. 정부가 기업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 유럽연합이 정한 배출권거래제(EU-ETS)에서 결정되던 탄소가격에 일정 수준의 부담금을 정해 탄소가격의 하한을 정부가 통제하는 식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발전원의 입찰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예를 들어 2013년 이산화탄소 1톤 배출당 16파운드를 지불해야 했다면, 2020년에는 30파운드, 2030년에는 70파운드로 가파르게 그 부담이 상승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경쟁력있다는 신호를 인식해 전환이 가능했다.
30일 런던에서 만난 파벨 밀러 재생에너지 기업 ‘에스에스이(SSE) 리뉴어블’ 대표는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청사진과 목표, 이행계획 등을 모두 정부가 정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석탄발전 가동으로 인해 운영주체와 소비자 모두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학습했다. 이후 민간에서 재생에너지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었다. 미래 위험의 일부를 투자 회사만이 아닌 사회에 맡기게 되면 기업이 지는 재정적 위험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아르누에 탄 블룸버그뉴파이낸스(BNEF) 영국 전력시장 분석 담당자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은 가격이 저렴하고 지속가능하며 청정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7월 리시 수낵 보수당 총리에서 키어 스타머 노동당 총리로 정권이 교체되었고, 또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도 영국 정부는 장기적 에너지 정책 추진 방향을 뒤집지 않았다. 데이브 존스 기후 싱크탱크 엠버 디렉터는 “에너지 안보나 기후 대응 필요성 등 양당의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다. 양당 모두 (의회에서) 합의, 서명한 뒤 이 문제가 흔들림없이 추진될 수 있었다”고 짚었다.

■발전사가 노동자 전환에 적극 나서
정부가 2025년 이전 석탄퇴출 로드맵을 발표한 2013년 이후, 발전소를 운영하는 에너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약 270ha의 규모 부지에 랫클리프 발전소에서는 현재 기준 350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한때 최대 3000명까지도 일한 지역의 대표 일자리창출 산업이었다. 회사 쪽은 노동자들에게 다른 공장으로의 전환, 희망 퇴직과 같은 조기 은퇴, 다른 일자리 제안과 같은 3가지 선택지를 제공했다.
매트웹 기후변화 싱크탱크 E3G(이3지) 석탄퇴출 담당자는 “노동자들의 전환은 회사가 전적인 책임져야 한다. 누구의 일자리도 (전환을 위해)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이 결정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정부는 석탄발전 퇴출 날짜는 이미 10년 전부터 정해두었고, 4년 동안 회사는 노조와 함께 재교육을 비롯한 노동자들 전환 방식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웹은 발전사들이 나서는 이유를 ”에너지 기업으로의 좋은 평판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2022년 기준 전체 총발전량 중 39%를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인 강원도 삼척블루파워를 올해 완공한 한국은 영국 정부를 포함한 세계 환경단체들이 주목하는 나라다. 언제까지 석탄화력발전을 계속 가동할 것인지가 질문이다. 국제 환견 단체인 탈석탄동맹(PPCA)의 줄리아 스코룹스카 대표는 한국도 2040년 이전 탈석탄하는 선언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한국과 같은 수출기업이 많은 나라에서)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급망을 확보하면 (탄소배출에 따른 관세 부담이 줄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깨끗한 공급망과 에너지원을 점점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노팅엄셔/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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