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눈여겨본 ‘24년 KIA의 힘’과 이범호의 ‘감독 첫 미팅’
스포츠 리얼리티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몬스터즈 사령탑인 김성근 감독은 올해도 기업체 강연자로 초대받아 틈틈이 야구팬을 포함한 일반인과 오프라인 만남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시즌 내내 KBO리그를 리드한 ‘KIA의 힘’을 소재로 여러 기업체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최근 A기업 강연장에서 올시즌 지켜본 KIA 얘기를 이어가던 중 해당 회사 회장까지 동석한 자리에서 “여러분들 회장님에게 고개 숙이지 마세요”라는 말로 순간 강연장 공기를 냉각시키기도 했다. 직장 상사에게 인사조차 하지 말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었다. 김성근 감독은 바로 이날 메시지의 핵심 키워드를 꺼냈다. 윗사람들을 바라보며 잘 맞춰가기 위해 쓰는 에너지를 각자가 분담하고 있는 역할과 목표 수행에 쏟아부어야 기업 전체가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KIA 타이거즈의 2024시즌을 조명하는 시간이었다. 그날의 강연 내용을 김성근 감독에게 다시 들었다. 김 감독은 기자와 통화에서 올시즌 KIA를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끈 힘을 설명하며 시계를 이범호 감독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은 지난 2월로 돌렸다.
김성근 감독이 가장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장면은 이범호 감독이 사령탑이 돼 스프링캠프 첫 선수단 미팅을 통해 전한 목소리였다. 이범호 감독은 당시 선수들에게 “여러분이 하고 싶고, 하려는 야구를 야구장에서 하면 된다. 내가 (감독으로) ‘이것 해라’, ‘저것은 하지 마라’는 얘기는 안 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 내용은 당시에 미디어를 통해서도 전해졌는데 이범호 감독이 KIA 사령탑 첫 일성으로 내놓은 메시지는 선수 제각각이 바뀐 감독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자기 야구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김 감독이 A기업 강연에서 전한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김 감독은 “올시즌 KIA를 보면 하나의 흐름으로 쭉 해온 것이 보인다. 올 한해 KIA 만큼 하나가 된 팀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이 선수 개개인이 스스로 주체가 돼 살아나가도록 판을 깔아준 한편 최형우, 양현종, 나성범, 김선빈 등 베테랑 선수들이 호성적을 내면서도 솔선수범으로 팀을 끌어간 점도 KIA가 ‘원팀’으로 달릴 수 있는 배경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강연 내용과는 별도로 KIA 선수단 안에서 고참들 역할이 커 보였다는 분석도 했다.
실제 올시즌 KIA는 양현종을 제외하면 준비된 선발 4명이 모두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며 자칫 팀이 무너질 수 있는 요소도 많았지만 위기 때 더 똘똘 뭉쳐 흐름을 바꾸는 장면이 많았다. KIA는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가운데 현재의 ‘원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을야구 티켓을 따낸 다른 팀들도 지금 찾아야할 힘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단기전은 기술로만 가리는 우열을 무대가 아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본 기록과 수치를 벗어난 분위기와 흐름으로 승자가 가려지는 단체전 중 단체전이다. 김성근 감독은 2024시즌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수많은 스토리를 낳으며 정규시즌 고비를 넘고 넘은 KIA의 이면을 눈여겨봤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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