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EPL, J리그처럼 잔디 관리를 못하는 이유

김세훈 기자 2024. 10. 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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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아시안컵 인도-우즈베키스탄전이 열린 카타르 도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게티이미지



채광기, 송풍기, 에어컨, 개폐식 지붕, 자동 관개 시스템, 바닥 온수관까지.

세계 최고 축구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시아 정상급 리그 일본프로축구가 하는 잔디 관리법이다. 수백억원 이상이 필요한 작업으로 경기장을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야만 가능한 규모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같은 팀들은 경기력 향상과 관중 만족도를 위해 잔디 관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토트넘과 아스널 홈구장 등 적잖은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은 하이브리드 잔디를 사용한다. 하이브리드 잔디는 인조잔디 5%에 천연잔디 95%가 섞였다. 인조잔디가 틀을 잡고 빈 공간을 천연잔디가 메우는 식이다. 잔디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빠른 복구가 가능한 잔디다.

2022년 11월 21일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잉글랜드-이란전이 열린 카타르 도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는 잔디 생육에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게티이미지



영국 날씨는 구름 낀 날이 많고 겨울철 일조량이 부족하다. 구단들은 채광기, 즉 인공조명을 사용해 잔디에 충분한 빛을 공급해 인위적으로 광합성 작용을 돕는다. 채광기는 1대당 한화로 1억5000만원 정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드 트래퍼드, 맨체스터 시티 에티하드 스타디움도 겨울철 인공 조명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 잔디 아래에는 ‘온돌 보일러’와 비슷한 난방 시스템이 깔려 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전기 케이블을 바닥에 깔아 잔디가 얼지 않도록 난방 시스템을 가동한다.

자동 관개 시스템을 통해 정밀한 수분 공급도 이뤄진다. 잔디는 물을 과하게 주면 뿌리가 내리지 않아 금방 훼손되고 뽑힌다.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날씨와 잔디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양의 물을 적절한 시기에 분사한다. 잔디 깎기 로봇, 통기 장비, 모래 뿌리기 기계 등 다양한 기계 장비도 활용된다.

리버풀 홈구장인 안필드 스타디움 잔디. 게티이미지



일본 가시마 앤틀러스, 우라와 레즈 사이타마 스타디움도 하이브리드 잔디를 사용한다.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닛산 스타디움은 개폐식 지붕을 활용해 날씨가 좋을 때는 지붕을 열어 잔디가 충분히 햇빛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지붕을 닫아 잔디를 보호한다. 빗셀 고베 노에비아 스타디움도 개폐식 지붕이다. 세레소 오사카는 야나마 사커 스타디움에서 자동 관개 시스템을 사용해 잔디 수분을 정밀하게 조절하며 통풍 장비를 이용해 잔디 뿌리 주변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유지한다. 가와사키 프론탈레는 토도로키 스타디움에 경기장 바닥에 난방 시스템을 깔았다.

광주축구전용구장. 프로축구연맹 제공



대전 하나시티즌 정세환 대리는 “일본 축구단은 잔디 예비 포지를 넉넉히 구비하는 등 대규모로 잔디 장사를 하는 곳도 있고 중동에는 경기장에 에어컨을 돌려 잔디 성장에 알맞은 20~25도 온도를 계속 유지한다”며 “자본력, 기술력, 인력이 부족하면 좋은 잔디를 심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염의택 팀장은 “일본은 2002년 월드컵을 설계하면서 난방 배관을 바닥에 까는 등 경기장 잔디 관리를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며 “한국에서는 잔디 관리 예산을 큰 규모로 잡기 어려워 정상급 수준으로 잔디를 관리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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