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테러 경험 책으로 펴낸 살만 루슈디 “글쓰기는 피해자 되기를 거부하는 방법”
2022년 극단주의자 테러로 한쪽 눈 실명
“글을 써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일어난 일을 소유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 단순한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2022년 8월 살만 루슈디는 미국 뉴욕주 셔텨쿼의 야외 강연장에서 무슬림 극단주의자 청년에게 피습당한다. 이 사건으로 루슈디는 가슴·눈 등 온몸을 칼에 찔리고, 오른쪽 눈을 실명하게 된다. 죽음의 위기를 딛고 생존한 루슈디는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회고록 <나이프>를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이프>의 한국어 번역·출간을 기념해 지난달 출판사 문학동네가 주관한 국내 언론사와의 공동 서면인터뷰에서 “이 책을 써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라며 “처음에는 쓰기 괴로웠지만, 쓸수록 쉬워졌다. 이 책을 씀으로써 나는 이 서사에 대한 소유권을 다시 얻었다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루슈디는 1988년 장편소설 <악마의 시>를 출간한 이후, 평생을 테러 위협에 시달렸다.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소설에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파트와)을 내렸기 때문이다. 루슈디를 공격한 범인은 시아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실명을 조합한 가명으로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강연장에 들어왔다. 조사 결과 범인은 살만 루슈디의 글을 읽은 적이 없으며, 다만 그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두 편 보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슈디는 “집단사고를 만들어내는 거인인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이 A(범인)의 스승이었다. 말랑말랑하게만 보이던 그의 인격은 이슬람 근본주의의 집단사고에 뼈대를 두고, 위의 스승들이 한 말이 거기에 더해지면서 생겨났다”라고 토로했다.
루슈디는 이 책에서 물리적인 고통 외에 피해자로서 겪었던 정신적 트라우마와 이를 조금씩 치유해 나갔던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는 “폭력의 표적이 된 사람은 현실을 이해하는 데 위기를 겪는다. 현실이 녹아내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된다”라고 전한다. 그러면서도 “그 사건이 어떤 식으로도 글을 쓰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미쳐서도 안 되며, 앞으로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오랜 치료와 주변의 지지와 사랑에 힘입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일상적’인 혹은 ‘현실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떼면 뗄수록, 나는 이 ‘특별하고’ ‘비현실적인’ 에피소드에 흥미를 잃었다. 지금 나는 계속하는 것, 삶이라는 책의 다음 장을 쓰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피습은 그 책의 앞장에 엎질러진 커다란 붉은 잉크 얼룩처럼 느껴졌다. 보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책이 망가지지는 않았다. 페이지를 넘기고 계속 나아가면 되었다.”
루슈디는 작가로서 자신의 칼인 ‘언어’를 통해 ‘거짓 서사’가 만든 혐오에 맞서기로 한다. 그는 “언어가 나의 칼이다”라며 “언어와 그 사용, 그러니까 글쓰기는 지금도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참여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라고 전한다. “미국의 두 가지 원죄인 노예제도와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압제 및 대량학살의 흔적을 지우려 하는 냉소적 힘에 대항하는 전쟁, (위대했던 ‘미국’이라는) 이상화된 과거에 대한 환상에 대항하는 전쟁, 영국을 유럽에서 빼내온 자해적 거짓말에 대한 전쟁, 이런 전쟁들이 기승을 부리는데 한가로이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나 역시 이 투쟁에 계속 참여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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