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새 괴물 현무' 공개…헤즈볼라 타격 '벙커 버스터'보다 세다

박응진 기자 2024. 10. 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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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응진의 군필] 전투기서 발사하는 GBU-28 도입 운용…이후 지대지 미사일 현무-4·5 등 개발
북한이 남침할 경우 현무-5 수십 발로 북한 지휘부 있는 벙커·핵시설 초토화
지난달 29일 (현지시각)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 지휘부가 사망한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회동 장소의 초토화된 모습이 보인다. 2024.09.30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이스라엘의 벙커 버스터(Bunker Buster·벙커 파괴자)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의 한 지하 벙커를 때렸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및 수뇌부가 회의를 하고 있던 곳이다. 벙커 깊이는 60피트(약 18.28미터) 이상이었지만, 벙커 버스터 BLU-109를 포함해 수십 발의 공중투하 폭탄에 쑥대밭이 됐다.

벙커 버스터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지거나 땅속에 있는 벙커처럼 방호력이 높은 구조물을 부수기 위해 개발된 무기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사용한 BLU-109는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공중투하 폭탄으로, 최대 2m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은 한국전쟁(6·25전쟁) 때부터 전쟁 지휘시설과 핵·미사일 시설을 지하화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군사시설 지하화 기술력은 헤즈볼라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단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우리 공군은 미국의 레이저 유도폭탄인 GBU-28을 2010년대부터 도입하기 시작했다. GBU-28은 미국이 1991년 걸프전쟁 때 지하 30여m 깊이 벙커에 있는 이라크군 사령부를 공격하기 위해 설계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GBU-28을 판매하기로 한 것은 당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는 데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우리 공군은 유사시 북한의 지하 핵시설과 동굴 속 장사정포 등을 무력화할 용도로 F-15K 전투기를 통해 GBU-28을 운용하고 있다. GBU-28은 공중에서 투하된 뒤 레이저 유도를 통해 목표물에 도달한다. 2톤의 탄두는 지상에서 바로 터지지 않고, 20~30여m(천연 암반 기준)까지 뚫고 들어간 뒤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GBU-28은 사거리가 9㎞ 정도로 짧은 편이라, 적의 방공망이 무력화되기 전엔 활용하기 어렵단 지적이 제기된다. 이보다 사거리가 길고 위력이 센 전술핵급 GBU-37·53 등은 미국이 판매를 금하고 있다.

지난해 9월26일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공개된 현무의 아동식 발사차량. 2023.9.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2017년부턴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이 해제되면서 현무-4가 'K-벙커 버스터'로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현무-4는 GBU-28과 달리 지상에서 발사되는 지대지탄도미사일이다. 사거리는 800㎞, 탄두 중량은 2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무-4는 외기권(고도 500~1000㎞)까지 올라갔다가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극초음속으로 하강하도록 설계됐다.

강화 콘크리트 기준 관통능력은 24여m로, GBU-28(6여m)보다 4배 정도 강력하다. 우리 군은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지대지미사일(현무)'이라고 적힌 컨테이너를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을 공개한 바 있다. 이는 현무-4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올해 탄두 중량이 8톤에 달하는 현무-5의 양산에도 착수한다. 현무-5는 핵을 보유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해 온 무기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수준의 탄두를 가졌다.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이유다.

현무-5의 대(對) 벙커 관통력은 전술핵에 버금간다. 사거리는 탄두 중량에 따라 △600㎞(6톤) △300㎞(8톤) 등으로 현무-4보다 줄어들지만,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선 우리 측 후방에서도 현무-5를 통해 평양을 타격할 수 있다. 관통능력은 수백m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현무-5 수십 발로 북한 지휘부가 있는 벙커와 핵시설 등을 초토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무-4·5는 단순히 벙커 버스터 수준이 아니다. 지하시설을 포함해 적 지휘부를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이번에 이스라엘이 사용한 벙커 버스터 능력보다 훨씬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우리 군이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1일 현무-5를 공개한다면 핵·미사일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도발 시 대량 응징 보복에 나서겠단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현무-5의 TEL은 그 크기와 무게 때문에 많은 바퀴(8~9축)를 가지고 있는 만큼, 2륜·4륜 구동의 일반 차량처럼 주행할 수 없고 방향 전환을 위해 바퀴 전체를 45도 등으로 튼 뒤 주행하는 '게걸음'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 경우 도로 사정상 서울 광화문 일대 시가행진에 이 TEL이 함께 할 순 없고, 경기 성남 소재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기념식 때 장비부대 분열 등 형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우리 군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블록(유형)-1도 북한 장사정포 갱도진지를 파괴하기 위한 벙커 버스터로 개발된 무기다. 열압력탄을 사용하는 KTSSM은 1~3m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19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참관하에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를 시험발사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화성포-11다-4.5는 4.5톤급 탄두를 장착해 우리 군의 현무-4에 맞먹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향후 이 무기를 실전 배치해 유사시 남한 내 지하벙커를 파괴하는 용도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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