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천리마운동은 장점만 서술, 새마을운동은 비판한 교과서

표태준 기자 2024. 10. 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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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고교 한국사 9종 내용 봤더니
2025년 3월 신학기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될 새 검정 교과서 모습. /뉴스1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새로 쓰일 한국사 교과서 9종 중 해냄에듀 출판사 교과서가 지나치게 ‘좌편향’이라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야당 등 진보 진영이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한국학력평가원 출판사 교과서에 대해 ‘뉴라이트 교과서’라며 공격하는 가운데, 여당이 ‘좌편향’ 교과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그래픽=김성규

30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 8월 검정 심사를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 9종 내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해냄에듀 교과서만 유일하게 1956년 북한이 시작한 ‘천리마 운동’ 한계점을 서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과서는 천리마 운동에 대해 ‘천리마를 탄 것처럼 빠른 속도로 전후 복구와 경제 성장을 이룩하자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생산뿐만 아니라 문화, 사상, 도덕 등 모든 생활 영역으로 확대됐다’고 썼다. 다른 8종 교과서가 ‘김일성 중심의 유일 지배 체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이용됐을 뿐’(미래엔) ‘대중의 노동력을 강제 동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점차 한계에 부딪혔다’(지학사) 등 한계점을 명확히 적은 것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해냄에듀 교과서는 한국의 ‘새마을 운동’에 대해선 ‘유신 체제를 정당화하였다는 비판도 받았다’고 부정적 측면을 함께 서술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해냄에듀 교과서를 비롯한 한국사 9종 교과서에서 수정해야 할 사안을 야당과 함께 논의해 교육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국회에서 의견이 오면 출판사에 수정·보완 지시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픽=김성규

여당은 해냄에듀 한국사 교과서가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 교과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이유에 대해 ‘경제 건설을 위해서는 안보가 튼튼해야 하고, 안보를 위해서는 핵 무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미국과 협상해 체제를 보장받으려는 의도’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김정은은 핵무기 보유와 경제 발전을 병행하는 노선을 채택했다. 이는 과거 경제·국방 병진 노선을 새롭게 재탄생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이유를 이렇게 상세히 설명한 교과서는 9종 가운데 해냄에듀가 유일했다. 다른 교과서들은 ‘여러 차례 핵실험을 실시해 남북 사이의 긴장을 높였다’(동아출판) ‘핵 개발에 따른 국제 사회의 제재 등으로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학사)는 식으로 핵 개발의 결과만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해냄에듀 교과서는 북한 입장을 비판 없이 그대로 담은 교과서로, 지나치게 편향적”이라고 했다.

해냄에듀 교과서가 한국의 산업화 과정을 지나치게 축소 서술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과서 집필의 ‘가이드라인’인 검정 기준에 따르면, 한국사 교과서는 ‘산업화’ 단원에서 산업화의 성과와 사회·환경 문제 등을 서술해야 한다. 해냄에듀는 교과서 159쪽 중 4쪽만 산업화에 할애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교과서들은 8~14쪽이다. 해냄에듀 교과서는 ‘박정희 정부 경제개발 계획’에 대한 서술이 638자로, 9종 중 가장 적었다. 다른 교과서는 한국학력평가원(887자), 씨마스(815자), 동아출판(814자), 천재(738자) 순이다.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상징하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도 해냄에듀 교과서만 쓰지 않았다.

해냄에듀는 ‘광복 직후 등장한 다양한 정치 세력’을 이끈 인물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이승만에 대해 ‘대한민국 임시 정부 초대 대통령이 됐으나 탄핵됨’ ‘친일파 처벌에 미온적’ 등 비판적으로 서술했다. 반면 남로당 당수 박헌영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국가 건설 주장’ ‘친일파 처벌 주장’ 등이라고 적었다. 조선인민당을 창당한 여운형에 대해서도 ‘민족이 주도하는 자율적 정부 수립 주장’ ‘친일파 처벌 주장’이라고 썼다. 좌파 정치 세력을 이끈 인물들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서술이 전혀 없는 것이다.

한편 한국사 교과서 9종에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사진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과서 9종에 등장하는 북한 지도자 사진 개수를 분석한 결과, 김일성이 17장, 김정일이 14장, 김정은이 8장이었다. 천재 교과서가 김씨 일가 사진을 3장, 4장, 2장씩 써 가장 많았다. 해냄에듀 교과서가 그다음(각 3·2·1장)으로 많았다. 반면 비상교육과 한국학력평가원은 이들 사진을 한 장도 쓰지 않았다.

그래픽=김성규

박정희 전 대통령이 9종 교과서에 등장하는 사진은 총 16장으로 김일성보다 적다. 이마저도 대부분 독재, 민주화 탄압 등을 서술하며 박 전 대통령의 군복 입은 사진을 썼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은 각각 13장, 11장 등장하는데, 대부분 죄수복을 입고 재판받는 사진이다.

반면 김씨 일가 사진은 대부분 긍정적인 이미지였다. 예컨대, 해냄에듀 124쪽에는 김일성이 손을 흔들며 살짝 미소를 띤 사진을 큼지막하게 보도한 신문이 실렸다. 그 아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 손을 맞잡고 활짝 웃는 모습이 있다. 바로 옆에 보이는 125쪽에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나란히 법정 피고인석에 서 있는 모습이 실려 있다.

9종 교과서에 등장하는 다른 한국 대통령 사진 역시 김영삼 전 대통령 9장, 김대중 전 대통령 19장, 노무현 전 대통령 8장, 이명박 전 대통령 5장, 박근혜 전 대통령 3장 등 김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두 김씨 일가 사진보다 적었다. 서 의원은 “북한 김씨 일가 사진은 대부분 웃고 있는 온화한 모습의 사진으로, 한국 역대 대통령 사진과 비교된다”며 “이미지에 민감한 학생들에게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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