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총리 내정자가 던진 ‘핵 공유’, 필요한 나라는 日 아닌 韓
일본 총리 내정자인 이시바 자민당 신임 총재가 최근 미국 싱크탱크에 보낸 기고문에서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창설하고 이런 틀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러시아·북한의 핵 연합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원폭을 맞았던 일본 국민은 핵에 대한 거부감이 큰데도 총리 내정자가 ‘핵 공유·반입’을 거론한 것이다. 이시바는 국방 장관 격인 방위상을 지냈다.
일본에서 ‘금기’였던 핵 논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꼬가 터졌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 아베 전 총리는 “세계 안전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현실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해선 안 된다”며 “독일과 네덜란드는 미국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고 있다. 일본도 다양한 선택 사항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나토식 ‘핵 공유’ 검토를 말한 것이다.
미 전술핵이 배치된 나토 회원국 5곳은 미국과의 ‘핵 공유 협정’에 따라 핵 사용 결정 과정에 의견을 반영하고 핵 투하도 자국 전투기로 한다. 핵폭탄 최종 활성화 권한은 미국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핵 보유 및 통제권은 공유하는 것이다. 일본은 1967년 이후 ‘핵을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인데도 정치권에서 핵 공유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시바의 주장은 실현되기 어렵다. 아시아판 나토엔 참여할 나라가 거의 없고, 미국이 일본과 핵 공유에 당장 나설 가능성도 없다. 중국도 강력히 반발할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총리 내정자의 입에서 60년 된 ‘비핵 3원칙’ 변경까지 나오는 것은 동아시아의 핵 안보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러시아 푸틴은 ‘핵 교리’를 개정해 핵 사용 문턱을 낮추겠다고 했고, 중국은 2030년까지 핵탄두 1000기를 보유할 계획이라고 했으며, 김정은은 우라늄 농축 시설까지 공개했다. 북·중·러 모두 독재자 한 명이 핵 사용까지 좌우할 수 있는 전체주의 국가다.
동아시아 핵 위기에서 가장 큰 위협을 받는 나라는 어디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이다. 그런데 한국 국회 다수당은 핵 보유 얘기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핵 공유도 반대다. 그러면서 북한 핵에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대책도 없다. 대화와 평화만 외친다. 소수파가 된 국민의힘에서도 절실한 핵 관련 논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핵 없이도 문제 없다’고 장담한다. 정말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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