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칼럼]이번 美대선, ‘브래들리 효과’ 소환하게 될까
2016년 힐러리, 트럼프에게 패배로 확인
해리스, 큰 차로 앞서지 못해 재연 가능성
뜬금없이 왜 브래들리 효과인가. 이번 선거가 바이든이 트럼프를 여유있게 이겼던 2020년보다는 힐러리 클린턴이 전국 투표수에서 앞서고도 주별 선거인단 수에서 트럼프에게 뒤져 패배했던 2016년 대선과 더 닮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 데이터저널리즘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FTE)에서 조사기관 바이어스 보정 후 추정하는 전국 단위 조사의 지지율을 보면 9월 28일 현재 약 3.2%포인트 차로 해리스(51.6%)가 트럼프(48.4%)에게 앞서고 있다.
2016년 트럼프가 클린턴에게 전국 투표수에서 2.1%포인트 차로 지고도(45.9% 대 48.0%) 선거인단 수에서 이겨 당선됐을 당시 필자가 전국 단위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를 추정한 결과를 보면 클린턴이 2.4%포인트 앞섰다. FTE 기준으로는 3.6%포인트 차였다. 딱 지금 정도다. 반면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겼던 2020년 선거 한 달 전 두 후보 간 차이는 필자의 분석에서는 약 6.7%포인트, FTE 기준으로는 7.4%포인트였다. 단순 지지율 차이만 보아도 이번 선거는 2020년보다 2016년 선거와 더 닮았다. 심지어 2020년에도 실제 득표율 차이는 4.4%포인트(51.3% 대 46.9%)로 여론조사보다는 작았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에서 중요한 것은 각 후보가 확보한 주 단위 선거인단 수다. 필자는 주별 여론조사를 취합해 조사 숫자가 충분한 곳은 시계열로 예측하고 부족한 경우는 가장 최근 조사 결과로 트럼프와 해리스의 주 단위 지지율을 추정했다. 최근 지지율 조사가 없는 주는 이미 큰 격차가 나는 곳들이어서 좀 지난 결과라도 예측이 많이 빗나갈 가능성은 낮다. 이렇게 추정한 주별 지지율을 기반으로 통계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 주의 후보별 승리 확률을 계산하고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이 확률에 따라 나누는 방식으로 두 후보가 얻을 총 선거인단 수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28일 현재 281(해리스) 대 257(트럼프)로 해리스가 불과 24명 차이의 우위를 보였다. FTE가 내놓은 283 대 255(28명 차이)와 거의 비슷한 결과다. 문제는 필자가 2016년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동일한 분석을 실시했을 때는 78명 차이(308 대 230)로 지금보다 두 후보 간 차이가 훨씬 커 선거인단 수에서도 클린턴의 낙승이 예상됐다. 당선 확률도 클린턴 94.9%, 트럼프 5.1%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거 결과는 232 대 306으로 오히려 트럼프의 완승이었다.
이런 예측 실패는 약간의 ‘샤이 트럼프’ 현상 때문이었다. 당시 주별 여론조사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을 1.5∼2%포인트 정도 과소 추정했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다시 해 보면 바로 승자가 뒤바뀌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현재 나온 주별 여론조사들이 트럼프 지지율을 약 1.5∼2.0%포인트 과소 추정하거나 해리스 지지율을 비슷한 정도로 과대 추정했다고 가정하고 다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면 바로 승자가 뒤바뀌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2020년 대선에서는 158명 차이(348 대 190)로 바이든의 승리가 예상됐고 트럼프 지지율이 약 3.5∼4.0%포인트 과대 추정되었다고 가정해야 승자가 뒤바뀔 수 있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2020년보다는 2016년 대선 때와 비슷한 것으로 보이며 약간의 ‘브래들리 효과’만 있어도 트럼프 당선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날까. 사실 해리스는 자메이카 출신 흑인인 부친도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였고 부모의 이혼 후에는 인도계 과학자인 모친을 따라 캐나다에서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흙수저’ 출신도 아니면서 유색인종 우대정책의 수혜자가 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특히 20대 후반 주 검찰 재직 당시 30년 이상 연상인 거물 흑인 정치인 윌리 브라운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교제했던 점도 과도한 출세지향적 성향으로 비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하다.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등의 총장 줄사퇴 사태에서도 잘 드러난 바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은 2016년의 데자뷔가 될까.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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