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금투세 유예’ 얘기하다가 ‘상법 개정’한다는 野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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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디베이트(토론) 결과 필요성과 시급성이 인정된 주식시장 밸류업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9월 24일 '금투세 토론회'를 마친 뒤 이 같은 입장문을 냈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독립 이사를 의무화'하며,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와 '권고적 주주 제안 허용'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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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표 상법 개정의 핵심은 현행법상 ‘회사’로 국한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경우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투자 등 특정한 경영 판단으로 자신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개별 주주들이 상시로 소송을 걸 명분이 생긴다. 가령 A기업 이사진이 회사의 미래 먹거리 성장동력에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가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주들로부터 배임죄로 고발당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재계에서 “사내외 이사들이 과감한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대규모 장기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진입 경로가 될 수 있다. 주총에 주주의 제안을 허용하는 방안도 결국 경영진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에도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빠른 시간 내 당론으로 채택해 힘차게 추진할 것”(진성준 정책위의장)이라고 벼르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 내에 단독으로라도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자며 금투세 유예를 논의하던 민주당이 상법 개정 처리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금투세 유예는 이재명 대표가 7월 당 대표 연임을 선언하면서 한국 주가를 끌어올리겠다고 던진 카드다. 그래 놓고 재계와 학계에서 “한국 기업 가치를 더 떨어트릴 것”이라고 반대하는 상법 개정을 하겠다는 배경은 뭘까.
우선 지난 두 달여간 금투세를 둘러싸고 격화된 야권 내 갈등을 수습하려는 의도가 있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상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금투세 유예에 반대했던 의원들도 체면이 설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등은 금투세 시행을 요구해 왔다. 조국혁신당 등 다른 야당도 금투세 유예를 반대했던 만큼 상법 개정으로 이들을 달래겠다는 거다.
여권의 혼란을 자극하려는 의도도 있다. 정부와 여당, 금융감독원이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며 우왕좌왕하는 틈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상법 개정이) 기업 경영 환경을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있어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재차 상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며 군불을 때고 있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아직 공식 스탠스도 못 정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대 야당이 경제계 혼란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내부 갈등 수습과 대여 공세용으로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이기적이다. 그리고 대응책 마련은커녕 공식 입장조차 못 정하는 여당은 무책임하다 못해 한심해 보인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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