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다시 야생으로… 스스로 생태계 회복하는 자연의 힘
스위스, 지붕 위 녹지 조성 법 마련… 20년 지난 지금 100만 ㎡ 규모 성장
한국선 파주 토지 ‘야생신탁’ 사업
‘리와일딩’은 국제사회에선 이미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고 학계에서 정립된 우리말 표현도 없습니다. 리와일딩을 직역해 ‘재야생화’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 역시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합니다.
전통적 의미에서 생태 복원은 과거의 특정 시점을 정해 그때의 모습으로 자연을 돌려놓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이 사라졌다면 반달가슴곰을 복원해 지리산에 방생하며 ‘반달가슴곰이 살았던 지리산’을 재현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기존의 생태 복원 방식은 원래 그 땅에 살지 않던 생물인 ‘외래종’을 경계합니다.
반면 리와일딩은 자연이 스스로 힘을 회복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습니다. 생태계가 균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개입만 한 뒤 완전히 물러나 야생이 만드는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리와일딩의 경우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서식하게 된 외래종에는 수용적 태도를 보입니다. 국제적으로 리와일딩은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한국 첫 리와일딩 대상지 파주로 선정
김철호 씨(32)는 7월 초 경기 파주시 조리읍 임야 1351㎡를 공동 구매하기 위한 비용 일부를 부담했습니다. 그는 해당 토지를 리와일딩하는 프로젝트인 ‘야생신탁’에 참여한 토지 구매자입니다. 그는 “숲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어 리와일딩했을 때 생태적 연결성이 높은 곳”이라며 “땅을 버려두기 위해서 샀다”고 했습니다.
야생신탁은 우리나라 첫 야생 영장류학자 김산하 박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기획입니다. 부동산으로 사람에게 이용되는 땅을 동식물과 균류 등 모든 생명체를 위한 공간으로 돌려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리읍 임야는 야생신탁의 첫 대상지입니다. 생명다양성재단은 수도권에서 ‘개발의 압박이 아예 없지는 않은 곳’, ‘생태적 연결성이 높은 곳’ 등의 선정 기준에 따라 땅을 물색한 뒤 법률 자문을 해 토지 구입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부지에는 농막 등 시설물이 일부 설치돼 있는데, 생명다양성재단은 인공구조물 철거 외에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태 변화를 모니터링할 방침입니다.
● 땅 77%, 바다 87%가 인간에 의해 변형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지구 전체에서 땅의 77%, 바다의 87%가 인간에 의해 변형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간이 사용하지 않은 나머지 23%의 땅은 러시아, 캐나다, 호주, 미국, 브라질 등 5개국에 몰려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호주 퀸즐랜드대 제임스 왓슨 교수는 “야생이 사라지면 생태계를 유지하는 물질 순환, 에너지 흐름, 종 간 상호작용 등도 사라진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야생 공간이 줄면 호랑이나 늑대 같은 최상위 포식자와 코끼리나 물소 같은 대형 초식동물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이 속한 생태계의 핵심종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핵심종은 여러 종 가운데 다른 모든 종의 다양성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종을 가리킵니다. 핵심종은 먹이그물의 복잡성을 확장하는데, 서로 다른 동식물이 복잡하게 영향을 주고받을수록 생태계 균형은 견고해집니다. 반대로 핵심종이 멸종하면 생태계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됩니다.
핵심종의 영향력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대표적 사례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복원입니다. 이 국립공원은 멸종한 늑대를 70년 만인 1995년 다시 투입했습니다. 이는 천적이 없어지자 붉은사슴이 식물 대부분을 뜯어먹었기 때문입니다. 늑대가 돌아오자 하천가 식물이 살아났고, 비버와 들소의 개체수도 증가했습니다. 또 그늘이 생기며 강의 수온이 내려가 어류의 종류도 달라졌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대형 초식동물, 영국에선 비버가 리와일딩 대상이 됐습니다.
한편 2002년 스위스 바젤시는 세계 최초로 모든 신축 건물의 평평한 지붕에 녹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최소 12cm 깊이로 토착 지역 흙을 깔아야 하고, 스위스 토종 식물종이 포함돼야 하며, 지렁이 같은 무척추동물이 살 수 있도록 높이 30cm 및 너비 3m의 둔덕도 만들어야 합니다.
생물다양성을 확대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이 녹색 지붕 프로젝트로 20여 년이 지난 지금 바젤시에는 100만 ㎡가 넘는 거대한 녹색 생태계가 조성됐습니다. 2021년 녹색 지붕의 생태계를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녹색 지붕에서 딱정벌레 80종, 거미 40종, 식물 175종 등 도시에서 보기 힘든 동식물이 다수 발견됐다고 합니다.
리와일딩(Rewilding) |
‘야생의’라는 뜻의 영어 단어 ‘wilding’에 ‘다시’라는 뜻의 접두사(re)가 붙은 것으로 인류가 훼손한 생태계를 야생으로 되돌리자는 신조어. |
박현선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hs21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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