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40-40 실패했지만 종범神은 넘어섰다[시나쿨파]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기아 타이거즈 김도영 선수가 40-40(홈런 40-도루 40) 달성에는 실패했다.
김도영은 30일 광주에서 열린 NC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을 추가하지 못함에 따라 38-40(홈런 38개-도루 40개)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의 기록은 평가할 만하다. 지금까지 국내 선수로 30-30을 달성한 선수는 이종범, 박재홍, 홍현우, 이병규 등이다. 그러나 모두 30-30 초반이었다.
40-40에 근접한 선수는 김도영이 유일하다. 지금은 140게임 정도를 하지만 이종범 등은 120게임 정도를 소화했었다. 그러나 김도영이 21세로 최연소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대기록이다.
김도영이 40-40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제부터 제2의 이종범이 아니라 그냥 김도영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기아의 올드팬이라면 이종범 이름 석 자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흐름을 바꿀 줄 아는 ‘게임 체인저’였기 때문이다.
1993년 한국시리즈를 보자. 당시 이종범은 1루에 나가면 2루뿐만 아니라 3루까지 연속 도루를 성공시키는 등 모두 7개의 도루에 성공, 당시 삼성 배터리를 '멘붕'에 빠지게 했다.
삼성 배터리는 이종범이 1~2구 내에 뛰는 줄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후 삼성 배터리는 ‘정신줄’을 놓았고, 게임의 분위기는 타이거즈로 완전히 넘어갔다. 결국 타이거즈는 코리안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그는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였다.
그런데 김도영은 '게임 체인저'를 넘어 '리그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필자의 견해가 아니다. 전 SSG 랜더스의 단장 류선규 씨의 평가다. 그는 이종범이 ‘게임 체인저’였다면 김도영은 ‘리그 체인저’라고 설파했다. 이는 전문가의 직관이 담긴 촌철살인의 평가다.
김도영은 단순히 게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아니라 리그 문화를 바꾸는 리그 체인저라는 것이다.
KBO 연간 관중이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프로야구 인기가 출범 이후 사상 최고다. 그 중심에 여성 ‘팬덤’이 있다.
프로야구 티켓 예매 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프로야구 여성 관중 수는 남성을 추월했다. 전반기 프로야구 티켓 구매자 중 여성의 비율은 54.4%로 남성보다 높았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여성 점유율이 23.4%로 가장 높았다. KBO 스타들이 '아이돌'화 하면서 프로야구에 젊은 여성 팬덤이 견고하게 형성된 것이다.
타자로는 김도영, 투수로는 두산의 김택연 등 새로운 얼굴들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여성 팬덤이 본격화하면서 KBO가 사상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김도영이 여성 팬덤의 시대를 연 것은 아니다. 여성 팬덤이 형성되는 시기에 김도영이라는 슈퍼스타가 등장, 여성 팬덤의 형성을 더욱 가속화했을 터이다.
남성 팬덤보다 여성 팬덤이 훨씬 강하다. 특히 여성 팬덤은 이른바 ‘굿즈’ 판매로 이어진다.
기아는 김도영이 달성한 두 가지 대기록, 월간 10-10, 국내 리그에서 단 한 번뿐인 4타석 만의 ‘내처럴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 유니폼을 제작했다.
기아는 약 7만 장 정도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약 100억 원이다. 김도영의 연봉이 1억이다. 그런 선수가 구단에 100억 매출을 안겨준 것이다.
야구 전문매체 '오센'의 기아 담당 이선호 기자는 "김도영 특별 유니폼 판매 덕분에 타이거즈가 창단 이래 처음으로 모 그룹의 지원 없이 첫 흑자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30-30 달성 기념으로 기아차가 김도영에게 EV3를 선물하자 EV3에 대한 문의가 빗발쳐 기아차 간부들이 김도영 광고 효과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이 여성 팬덤이다. 그 여성 팬덤을 선두에서 이끄는 선수가 바로 김도영이다.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이 설파한 대로 김도영은 단순한 게임 체인저가 아니라 리그 체인저인 것이다.
‘김도영 효과’는 기아의 관중 동원뿐만 아니라 전 구단의 관중 동원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후반기 기아와 LG의 서울 게임은 거의 매진이었다. 2017년 코리안시리즈를 앞두고 기아의 에이스 양현종이 “잠실은 우리 홈”이라고 상대를 도발한 것처럼 잠실구장은 LG가 아니라 기아의 홈구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김도영이 30-30을 달성했던 키움전에서 고척돔은 3일 연속 매진이었다. 키움은 주중 3일 연속 매진은 창단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도영이 30~30을 달성하는 역사적 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 팬덤이 대거 출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도영은 이제 기아의 슈퍼스타가 아니라 KBO의 슈퍼스타다. 따라서 이젠 더 이상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냥 김도영이다.
앞으로 그가 가는 길이 KBO의 역사일 터이다. 김도영이 내년에 40-40을 달성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오타니 쇼헤이의 50-50도 넘어서길 기대해 본다. "도니살"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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