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정몽규·홍명보, 따로 봐야 할 이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4선 도전 여부, 홍명보 남자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국민적 이슈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정 회장 사퇴는 기본이고 홍 감독까지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두 가지는 서로 연결됐지만, 별도 사안이라 면밀하게 구별돼야 한다.
정 회장 사퇴는 불가피하다. 승부조작 관련자 사면 결정은 상식 이하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선임과 경질, 손흥민·이강인 간 물리적 충돌, 후임 감독 선임 과정에서 나온 땜질 처방, 그로 인한 올림픽 출전 실패, 국가대표 선수와 서포터스 간 설전 등 협회 수장으로서 책임질 일이 많다. 협회 노동조합도 연임 반대를 피력하는 등 내부 리더십까지 추락했다. 협회 조직과 관행을 쇄신하려면 수장 교체 이외에 답이 없다.
홍 감독 선임은 다른 문제다. 감독을 뽑은 주체는 협회다. 협회가 과정을 어겼든, 홍 감독에게 읍소를 했든, 과정과 결과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은 협회다. 홍 감독은 협상에 응했고 제안을 수락했다. 홍 감독에게 과정상 문제를 인지했는지 등을 묻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질문이다. 사람을 뽑은 것에 대한 책임은 뽑은 사람에게 있지, 뽑힌 사람에게 있지 않다. 이번 논란에서 구별해서 봐야 하는 문제다.
후보군을 3명으로 추리고 홍 감독으로 결정한 것은 전력강화위원회다. 거의 모두 축구인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즉, 홍 감독을 뽑은 것은 축구인들이다. 축구인들에게 축구는 삶의 터전이며 일터다. 월드컵 본선행 티켓 확보는 안정적인 생태계, 미래에 대한 희망 등을 제공한다. 국가대표팀 선전, 프로축구 흥행은 축구인들에게는 아주 기본적이며 가장 중요한 바람이다. 협회 쇄신을 위해서는 월드컵 본선에 한번쯤은 나가지 못해도 된다는 것은 제3자 입장이다. 쇄신은 쇄신대로 하되 월드컵 본선행에는 그와 별개로 힘이 실려야 한다.
감독 선임은 신입사원 선발과 다르다. 때론 지원서를 받기도 하지만 적임자를 찾아가 부탁하기도 한다. 무직 감독은 지원서를 낼 수도 있지만, 현직 감독은 그러기 어렵다. 신입사원, 알바를 뽑는 일도 어려운데 하물며 국가대표팀 감독은 말할 것도 없다. 대표팀 감독 선임은 무척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게 많은 데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속출한다. 게다가 이번 선임 과정에선 ‘시간’과 ‘돈’이라는 장애물이 더해졌다.
감독 선임은 종합예술 수준의 기술력, 판단력, 결단력, 책임성 등이 요구되는 난해하면서도 전문적인 작업이다. 잘났든 못났든, 무식하든 유식하든, 믿을 수 있든 없든, ‘소위’ 축구인들로 꾸려진 전력강화위원회가 국가대표팀 감독을 뽑았다. 과정에서 생긴 문제는 홍 감독이 아니라 협회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그래서 정 회장은 그만두는 게 맞고 홍 감독은 그대로 인정하는 게 맞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일 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한다. 협회에 대한 거센 반대 여론 속에 하는 발표라해도 주무 부처로서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경기단체는 모두 사단법인이고 사단법인 결정에 대해 외부 권력 단체가 개입하는 것은 법인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 특히 감독 선임은 해당 종목 경기인들의 전문적이면서도 기술적인 영역이다. 자칫 ‘사이다’의 유혹에 빠진다면 정부 권력 남용이자 과도한 월권의 결과가 나올 거란 점에서 우려된다.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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