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해야 [왜냐면]

한겨레 2024. 9. 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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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가 장애인에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줄곧 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고용증진 효과는 미비하다.

그들은 장애인은 근로능력이 낮다고 법에 명시한 뒤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하면서 취업한 장애인의 최저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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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대구 수성구 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염상열 | 노무사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성주의 철학의 고전인 ‘제2의 성’을 쓴 시몬 드 보부아르의 대표적인 명언이다. 그리고 여성주의 철학을 통해 장애와 질병에 대해 풀어내어 ‘거부당한 몸’이라는 책을 낸 수전 웬델은 장애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장애의 사회적 구성’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보부아르의 말을 장애에 대입한다면 “장애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말도 가능할 터다.

한국 사회는 제한된 시간 내 빠르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장애인을 ‘쓸모없다’고 낙인찍는다. 장애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장애가 단지 노동력으로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로 나타난다. 최저임금법 제7조 제1항을 보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다. 장애인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법에 명시함으로써 장애인은 근로의 질이 낮으니, 임금을 적게 받아도 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근로의 질과는 관계없이 근로를 제공한 이상 약속된 임금을 주는 게 상식인데 국회가 나서서 그 상식을 부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위한 안전장치인데, 장애인은 그것이 필요 없단 말인가?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가 장애인에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장애인이 최저임금을 받게 되면 비장애인과 노동시장에서 경쟁해야 하기에 불리할 수 있고, 자칫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고용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의 역할은 무시한 채 장애인 고용을 노동시장에 떠넘긴 것과 다름없다. 고용 증진 노력 의무를 명시한 헌법 제32조는 한국의 인권 수준을 선전하기 위한 장신구가 아님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사업주 인센티브, 고용부담금 등 시장 논리 안에서만 접근하는 국회의 태도가 씁쓸하다.

그렇다고 시장 논리가 잘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최근 5년간 2%대에 그쳤다. 장애인 의무 고용률 3.1%를 훨씬 밑돈다. 국방부와 교육부는 장애인 의무 고용을 이행하지 않아 지난 5년간 463억원이나 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냈다. 심지어 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 고용률은 2014년 23.7%에서 2023년 11.6%로 12%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줄곧 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고용증진 효과는 미비하다.

이제 장애를 만들어 내는 주체는 분명하다. 다름 아닌 대한민국 국회다. 그들은 장애인은 근로능력이 낮다고 법에 명시한 뒤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하면서 취업한 장애인의 최저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입법권을 통해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 다행히 최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법 제7조 제1항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국회가 만들어 낸 장애인 차별을 바로잡겠다고 한 것이다. 서미화 의원을 필두로 하여 다른 의원들도 동참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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