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에 인간답게 살 기회 박탈당하는 청년세대 [왜냐면]

한겨레 2024. 9. 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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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형제의 막내로 큰오빠와는 무려 11살 차이가 나고 큰언니는 9살 차이가 난다.

자랄 때는 오빠와 언니가 마치 부모님과 같이 어려운 존재였다.

없는 살림에 많은 자식은 배를 곯게 하고 배움의 기회를 박탈시켜, 세월이 지나도 마음의 한으로 남기 때문이다.

요즘 청년들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살 기회조차 박탈당한 세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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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류인경 | 경희대 공공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

나는 5형제의 막내로 큰오빠와는 무려 11살 차이가 나고 큰언니는 9살 차이가 난다. 자랄 때는 오빠와 언니가 마치 부모님과 같이 어려운 존재였다. 부모님께서 모두 돌아가시고 한동안은 형제들과 아주 가깝게 지냈지만 다들 나이가 들고 몸이 아프기 시작하고 코로나19 시국까지 지나가고 나니 자주 만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자라면서 형제가 많은 것은 다복함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집에서는 불만의 요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없는 살림에 많은 자식은 배를 곯게 하고 배움의 기회를 박탈시켜, 세월이 지나도 마음의 한으로 남기 때문이다.

1970년 전후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들이 결혼과 출산의 연령에 도달한 요즘, 결혼과 출산율은 도무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임금, 부동산, 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된 데 있다. 요즘 청년들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살 기회조차 박탈당한 세대가 된 것이다. 월 급여가 200만원, 300만원인 부모를 가진 자녀들이 ‘이백충’ ‘삼백충’이라 불리고, 임대 아파트와 빌라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임대충’ ‘빌라충’이라고 불리는 현실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라고 강요하기도 어렵다.

상위 부자의 1%가 부를 소유하고, 나머지 99%가 가난하다는 현 사회에서, 부는 권력과 같아서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필리핀계 미국인 학자 에이미 추아는 고도화된 산업화와 세계화가 엄청난 양극화와 사회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고 저서인 ‘불타는 세계’를 통해 경고했고, 미래경제학자 토머스 프리더만은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양극화된 교육과 생산방식이 나라 간 분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간이 생존 가능한 안전한 사회는 시민 대다수가 중산층에 편입하여 임금, 주거, 교육 그리고 결혼과 출산 같은 생애주기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때 지속할 수 있다. 그런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세금이다. 중산층이 많을 때 그들에게서 걷은 세금이 국가를 유지하고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조세 정책은 상당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나마 중산층이었던 사람들을 저소득 빈곤층으로 몰아가는 것은 단지 세금 때문만은 아니지만, ‘부자 감세’라는 잘못된 조세 정책은 부메랑처럼 중산층을 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선진국이 사회와 경제 회복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데 총력을 다 하고 있는데, 한국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대립하게 만들어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우리 국민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쌀을 모으고, 금을 모으며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일종의 짝사랑이었던 것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기득권을 위해 분열을 조장하는 정책과 언론 플레이를 멈추고 차세대 먹거리 개발과 발전, 실행을 위해 총력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청년들이 결혼하여 마음 놓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안전한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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