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혁신 요구에 3년째 침묵하는 대한민국예술원

장병호 2024. 9. 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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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예술원(이하 예술원)이라는 곳이 있다.

한국작가회의를 시작으로 문학·미술·음악·연극·영화 등 744명 예술인이 예술원 혁신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의원들은 예술원 회원 중 일부는 평생 연구비가 나오는 대학 명예교수라는 점,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선 원로 예술인에 특별한 예우를 해주는 경우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예술원의 혁신을 요구했다.

'대한민국예술원법' 개정안을 통한 실질적인 혁신 시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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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80명, 종신제로 운영
선출 방식 불투명, 예우 방식 논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한민국예술원(이하 예술원)이라는 곳이 있다. 예술 경력 30년 이상으로 예술창작에 공적이 있는 원로 예술가를 우대·지원하기 위해 1954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가 기관이다. 문학·미술·음악·연극·무용·영화 등 총 6개 분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80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종신제로 운영되며 한 번 회원이 되면 매달 180만원의 정액 수당이 평생 지급된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대중에게는 그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예술원에서 대한민국예술원 개원 70주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 ‘향연’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개원 70주년을 맞은 예술원은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기념식과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를 알리기 위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예술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예술원에서 언론 행사를 여는 것은 흔치 않다. 처음 방문한 예술원은 도심 속 숨겨진 섬과 같았다. 서초동 몽마르뜨 공원 뒤편에 자리한 예술원 건물은 큰 길가에서는 좀처럼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인적이 없는 길을 10분 정도 걸어서 올라간 뒤에야 예술원을 만날 수 있었다.

3년 전 예술원이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일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소설가 이기호가 문학지 악스트(Axt)에 단편소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발표하면서다. 이 작가는 예술원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올렸다. 이 작가의 비판 중심엔 예술원 회원 선출 방식이 있었다. 매달 180만원을 지급받는 예술원 회원은 기존 회원들의 심사와 인준만으로 선정된다. 2021년 예술원 예산은 약 32억원이었고 대부분이 수당으로 쓰였다. 이 많은 돈이 예술계 상위 1%라고 할 수 있는 예술원 회원에게 돌아가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었다.

이 작가의 용기 있는 비판에 많은 동료 예술인이 응원을 보냈다. 한국작가회의를 시작으로 문학·미술·음악·연극·영화 등 744명 예술인이 예술원 혁신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해 10월에 열린 21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예술원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의원들은 예술원 회원 중 일부는 평생 연구비가 나오는 대학 명예교수라는 점,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선 원로 예술인에 특별한 예우를 해주는 경우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예술원의 혁신을 요구했다. ‘대한민국예술원법’ 개정안을 통한 실질적인 혁신 시도도 있었다. 이 법안은 예술원 신입 회원 선정은 외부 위원으로 구성한 회원추천위원에서 심사하고, 종신제는 4년 연임제(1회)로 변경하며, 수당 지급 조항도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법안은 폐기됐다.

대한민국예술원 홈페이지 이미지. (사진=대한민국예술원)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예술원 혁신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피아니스트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신수정 예술원 회장은 “예술원은 고답적이고 독자적인 단체가 아닌 진정한 예술인의 모임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많은 고민과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예술원 혁신은 나중에 다른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3년이 지났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이 아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는 벗어났지만 이 작가가 지적한 예술원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원로에 대한 예우는 필요하지만 그 예우가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회 또한 흐지부지된 ‘대한민국예술원법’ 개정안 논의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예술이 고립된 섬처럼 존재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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