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우원식 의장·박민수 차관 연쇄 회동…여야의정 출범 '안간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연이어 만났다.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안간힘을 쏟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출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엔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함께했다.
우 의장은 "응급의료 현장은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됐고 날씨가 추워지기에 이런 상황을 빨리 해소해 드리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며 "무엇보다 만나서 대화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화가 시작되면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정부·여당은 어떻게 해서든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한 대표가 그동안 애를 많이 쓴 것은 알지만 더 노력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의료계를 향해 "전제 조건 없이 국민의 어려움과 고통을 감안해 대화에 나와야 한다"며 정부를 향해서는 "좀 더 유연하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실이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이런 절차를 거쳐서 했으면 갈등이 훨씬 줄었을 텐데 좀 아쉽기는 하다"며 "이때야말로 여야의정 협의체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우 의장은 한 대표를 향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하기 위한 조건으로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는 의지 △대화를 시작하자는 결심을 주문했다.
한 대표는 우 의장에게 "저도 의장님도 의지가 있고 국민 대부분도 강한 의지가 있다. 정부와 의료계도 그런 마음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반 이상 차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협의체 출범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많은 의료계의 입장을 들었다"며 "막상 개별적으로 대화해보면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도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민심"이라며 "출범의 마지막 의사결정 단계 근처에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우 의장이 한 대표에게 정부의 유연한 문제 접근을 요청하며 의료계의 여야의정 참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한대표는 우 의장에게 야당과 의료계 설득을 요청했다. 이에 우 의장은 대화가 시작되면 야당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 의장 예방을 마친 한 대표는 곧바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만나 약 10분간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차관은 한 대표에게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출범이 여야의정 협의체 패싱이 아니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석대변인은 "(박 차관이) 실무적으로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하고 있는 부분들을 (추계기구가) 받아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주셨다"며 "박 차관이 '인력 수급 추계기구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내에서 운영은 되지만 여야의정 협의체를 보완할 수 있는 위원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박 차관도 한 대표를 만난 직후 '추계기구가 여야의정을 패싱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 여야의정 협의체와 병행할 수 있고 지원할 수 있다"고 답하며 자리를 떠났다.
한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과 당이 의료개혁을 둘러싸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엔 "그런 건 전혀 아니다"라면서도 "안타깝게도 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의협이 거부했다. 결국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구체적인 안까지 논의하고, 그런 부분들이 반영돼야 추계기구도 활발히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협의체가 의제 제한 없이 모든 것을 논의하자는 것에 추계기구도 포함된다"며 "모든 의견을 받아서 정부에게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수석대변인은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브리핑에 대해 "처음으로 사직 전공의에게 '매우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의료계가 지금까지 정부 태도 변화를 요청해온 것에 정부로서는 화답한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제 제한 없이, 전제조건 없이 얘기하자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의료계는 협의체에 참여해서 의료공백 해소뿐 아니라 국민건강이라는 공통의 목표에 함께하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당은 복지부 입장 표명 이후) 의료계와 대화했고 의료계 내에서도 정부의 태도 변화에 대해서 내부에서 활발하게 회의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있어 이번 주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수석대변인은 "확답할 순 없지만, 생각보다 (의료계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논의가) 많이 왔다. 물밑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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