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부자 뚝심의 '천무'… 동남아 방산시장 노린다
말레이시아와 수출MOU 이어
9월 필리핀 전시회서도 호평
김승연·김동관 전폭 지원에
기술·납기·가격 경쟁력 확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럽·중동에 도입된 국산 K239 다연장로켓(MLRS) '천무'를 앞세워 동남아시아 방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섬이 많은 역내 지형을 고려한 '지대함 요격' 기능 강화로 해상 방어를 중요시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수요를 공략한다는 목표다. 수출 영토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천무의 독자 개발과 수출 릴레이를 이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기업가 정신'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30일 방산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과거 브라질에서 도입한 구형 다연장로켓 '애스트로스Ⅱ' 36문을 교체하는 국방 현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내년 2분기까지 각국 정부와 방산 업체에서 사업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며, 2026년께 최종 사업자가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독자 개발한 천무를 앞세워 말레이시아의 다연장로켓 도입 사업을 따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월 말레이시아 방산 기업 'WBG'와 천무를 수출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9월 25~27일 열린 필리핀 방산 전시회 'ADAS 2024'에 참가해 천무 세일즈에 나섰다. 특히 이 전시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섬이 많은 동남아 국가들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지대함 요격이 가능한 천무 실물을 전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해상 방어 능력이 필요한 국가들을 위해 바다에서 이동하는 함정까지 맞힐 수 있도록 정밀도를 개선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천무의 말레이시아 수출이 성사되면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네 번째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무가 유럽과 중동을 넘어 동남아 방산 시장까지 넘볼 수 있었던 배경엔 독자 개발을 주장한 김승연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 국방부가 'K136 구룡 다연장로켓'을 대체하는 내용의 차기 군단급 화력무기체계 확보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2005년. 당시 한화 방산 계열사 경영진과 주요 임원들은 다연장로켓을 자체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결론을 냈다. 방위사업청이 사업 규모와 투자비를 결정하고 방산 업체가 개발을 맡는 기존 무기체계 개발 문법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체가 먼저 사업비를 투자해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실패할 경우 수백억 원에 달하는 투자비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경영진에게 "실패해도 좋다. 자주 국방을 위한 기술은 남을 것 아닌가"라며 업체 주도 개발을 밀어붙였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개발이 진행된 천무는 2014년 군 시험 평가를 통과하며 한국 방산 역사상 최초로 업체가 주도해 개발한 무기체계가 됐다. 실패를 개의치 않고 독자 개발을 밀어붙인 김 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천무 수출을 위한 발판이 된 셈이다.
김 회장의 뚝심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로 이어졌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에 반대한 러시아가 군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국경을 위협할 무렵인 2021년 김 부회장은 그룹에 '유럽 시장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충돌하면 유럽 내 무기체계 수요가 폭증할 것을 예견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현지 방산 업체들의 부족한 생산능력과 납기 경쟁력을 간파하고 꾸준히 유럽 국가들의 문을 두드렸다. 기술력과 빠른 납기,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한화의 무기체계라면 유럽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엔 대담한 발상이었다. 유럽 국가들은 영국, 독일, 미국 등 주로 나토 국가들의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수개월 만인 2022년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정부와 천무 218문을 수출하는 약 5조원 규모의 1차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올해 4월에는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천무 72문을 수출하는 2차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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