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도입 후 1년' 투수 조련사가 던진 화두는 '커브 하이볼'…"낮은 공 아무 의미 없어"

김경현 기자 2024. 9. 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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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KBO 리그가 전격적으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도입하고 한 시즌이 지났다. 현재 최고의 투수 조련사라는 평을 받는 kt wiz 이강철 감독이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ABS 시대에서 투수가 살아남는 법을 전했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났다.

KT 투수진 운영에 대해 설명하다가 자연스럽게 ABS 활용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강철 감독은 "백도어로 잘 던지는 투수들이 왼손이면 좌타자 바깥쪽, 오른손이면 우타자 바깥쪽을 걸고 들어 들어온다. 그 볼들은 심판들이 볼 때는 안 걸쳐서 들어왔다고 볼을 줬다. ABS는 이것이 걸쳤다고 하니 (스트라이크를) 준다. 이걸 주니까 그거(백도어) 잘 던지는 애들은 좋다"고 말했다.

ABS의 도입으로 타격 전략도 바뀌었다. 이강철 감독은 "제일 걱정스러운 게 1, 2루나 1루 상황 3-2 카운트에서 타자들이 볼을 칠 수밖에 없다. ABS에 (공이) 어떻게 걸쳐올지 모르니까. 원바운드라도 걸치면 (스트라이크를) 준다"면서 "3-2되면 비슷하면 커트를 해야될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DB


과거 KBO 리그는 하이존보다는 낮은 존 위주의 투구가 대세였다. ABS는 하이볼도 '편견 없이' 잡아줬고, 하이볼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투수가 늘었다.

그 대표주자는 임찬규(LG 트윈스)다. 임찬규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존 상단과 하단에 던지며 타자의 시선을 흔드는 피치 디자인을 선보였다. 임찬규는 "높은 존에 슬라이더를 던지면 타자가 슬라이더를 친다기보다는 커브인 줄 알고 타이밍이 늦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류현진(한화 이글스)도 내년부터 일부러 커브를 높은 존에 던지려 한다고 밝혔다.

이강철 감독은 "임찬규가 커브 하이볼 쓰고 좋아졌다"면서 "마지막 LG전 때 우리가 못 쳤다. 패턴을 바꿨더라. 낮게 던졌다가, 거기에 하이볼 쏘고, 낮게 100km/h짜리 느린 커브 던지니까 나가다 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사람이 볼 때는 볼이었다. 그런데 자기가 깨달았나보더라. 류현진도 나중에 우리한테 커브를 여기다(스트라이크 존 상단) 던지더라. 류현진은 그 정도가 된다. 높게 던졌다 밑에 던졌다가 한다. 이제는 그런 투수들이 산다"라고 전했다.

구속보다는 커브 하이볼과 제구력을 강조했다. 이강철 감독은 "김택연(두산 베어스)이나 조병현(SSG 랜더스) 같이 힘으로 버태는 애들은 괜찮겠지만, 제구 없이 150km/h를 던지는 투수들은 살아남기 쉽지 않다"면서 "각이 큰 변화구를 갖고 있으면 좋겠다. 그런 투수들이 내가 볼 때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류현진


고영표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는 워낙 낮은 존에만 던지는 투수지 않았나"라면서 "올해 끝나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여기(높은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규민이는 여기를 던질 줄 아니까 그걸로 버텼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표도 여기(높은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면 안 맞는다"라면서 "구석에 넣긴 해도 자기 버릇이 아직도 거기에(낮은 스트라이크 존) 입력이 되어 있어서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올해 ABS 많이 했으니까 투수들은 그런 쪽으로 연습을 해야 될 것 같다. 그냥 낮게 무릎에 쏠리는 건 아무 의미 없다. 하이볼 누가 잘 던지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초기 진통을 지나 ABS는 KBO 리그에서 빠질 수 없는 시스템이 됐다. 확실히 심판과 선수들의 기싸움이 줄어들었고, 팬들도 감정 소모가 줄어 만족감을 표한다. 이제 ABS 없는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ABS에 대한 판단이 끝났고, 이강철 감독이 내놓은 해답은 커브 하이볼이다. 또한 높은 곳에 커브를 던질 수 있는 배짱과 제구력도 필요하다.

2025년 투수들의 전략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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