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파행·보복' 최악의 상임위는?…'비정상 회의' 과방위
(서울=뉴스1) 박소은 이비슬 임윤지 기자 = 22대 국회 시작부터 파열음을 빚었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여야 대립-파행-보복'의 악순환을 석 달 넘게 반복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의 위법성을 두고 여야 이견을 보인 데 이어 김장겸 과방위원의 제척 요구, 이진숙 방통위원장·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사청문회 등에서 번번이 격돌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과방위는 지난 6월 출범부터 파행을 겪었다. 원구성 협상에서 여야가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해서다.
최민희 위원장 선출, 상임위 구성부터 대립
6월 10일 야당은 오후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11개 상임위원장 선임을 마무리했다. 이날 과방위 위원장으로 재선 최민희 의원이 선출됐다. 여당은 상임위 구성에 반발하며 이후 이어진 6월 21일 과방위 입법청문회를 보이콧했다.
여당이 보이콧을 철회하고 처음으로 과방위에 참석한 6월 25일 전체회의부터 집단 퇴장이 발생했다. 야당이 MBC와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의 과방위 제척을 요구했고, 여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전부 퇴장했다.
퇴장 이후에도 현안 질의가 이어지자, 여당 의원들은 상임위에 복귀해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로 맞불을 놨다. 야당이 박민 사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배 혐의로 고발을 하려고 했지만 해당 안건을 조정위원회에 회부해 중단시킨 것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장관급 초유의 이틀 청문회…임명 즉시 탄핵
여야 갈등 수위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를 두고 최고조에 이르렀다. 7월 16일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24~25일 이틀간 진행하겠다고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일종의 보복행위로 받아들였다. 장관급 후보자에게 이틀간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적은 없다며 민주당 계획에 반대 의견을 냈다.
같은 날 야당 의원들은 당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현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진행 중인 것을 두고 야당 의원들이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위법적인 2인 방통위 체제에서 이사 선임 절차를 밟은 것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 직무대행은 본인의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맞섰다.
이후 7월 24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최장 시간동안 공방을 이어갔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당초 이틀로 예정됐지만, MBC 재직 시절 제기된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청문회를 하루 더 연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해당 의혹 관련해 야당과 신경전을 벌이다 7월 27일 현장 검증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식으로 중상모략할 줄 알았다면 애당초 법인카드 (내역)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MBC 역사상 자발적으로 법인카드 내역을 공개한 것은 제가 최초"라고 강조했다.
최민희 위원장이 "뭐가 중상모략이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사적으로 유용한 것처럼 말하지 않냐. 제가 업무용으로 접대했다면 상대방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공을 못하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여야 공방이 이어진 끝에 이 후보자는 최장 인사청문회 타이틀을 얻었다. 과방위는 이 후보자에 대해 첫날 13시간 30분, 둘째 날 15시간, 셋째 날 8시간으로 총 36시간 30분의 인사청문회를 이어갔다.
이후에도 야권은 이 위원장이 본인을 포함한 방통위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임원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며 본회의에 탄핵안을 상정했다. 8월 2일 이 위원장은 취임 하루 만에 탄핵됐다.
류희림 불출석에 방심위 단독 국감 의결
이어진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8월 27일 과방위는 개의 45분 만에 여야 간 고성을 주고 받다 파행됐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두고 26일 본인에게 '몰염치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설전이 시작됐다.
이를 둘러싼 언쟁이 이어지던 중 박 의원은 김 의원의 과거 무죄판결을 받은 대리기사 폭행 사건을 거론했고, 결국 여야 간 갈등이 위험 수위까지 치달았다. 앞서 김 의원은 2014년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대리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거나 책상을 내려치는 등 갈등이 고조돼 과방위가 정회됐다.
국정감사를 앞둔 9월에도 과방위에선 고성이 끊이지 않았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두고 '민원 사주' 의혹을 점검하겠다며 청문회를 30일 진행했는데, 류 위원장이 출석하지 않으면서다. 야당은 방심위 별도로 국감을 진행하겠다며 맞불을 놨고, 여당은 청문회와 일정 변경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재차 집단 퇴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딥페이크 방지법을 의결한 뒤 즉각 집단 퇴장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여당 측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수사 중인 경찰관들을 불러서 국회에서 질문하는 것은 수사 외압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발했고, 야당 측 간사인 김현 의원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방심위 직원들을 왜 악마화시키나"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모 의원은 뉴스1에 "과방위는 오랜 시간동안 싸우는데 (민생 법안 협의도 없고) 실속이 너무 없다. 보좌진과 과방위 행정 직원들도 몹시 지친 상황"이라며 "과방위에서 '의무 복무'한 의원들은 다음번에 원하는 상임위 1순위에 보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과방위 의원실 소속 한 관계자는 뉴스1에 "싸울 땐 싸우더라도 물밑에서 여야 의원들이 합의되는 게 있어야 하는 데 최소한의 합의도 없다"며 "여당은 의사일정이나 증인·참고인 채택을 야당 마음대로 한다고 불만이 쌓이고, 야당도 AI 기본법 등 업계 시급한 사안을 다루지 못해 질타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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