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의무 위반... 돈으로 때우는 기업들 [일터의 문턱, 장애를 넘어②]
민간기업 93.6%… 道, 전국서 두 번째로 많아
현장선 “장애인 편의시설 등 비용 감당 어려워”
채용보단 ‘부담금’ 선택… 작년 1천564억 달해
장애인 고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기업의 소극적 자세’와 ‘장애인 취업에 부적합한 현실 여건’ 등이 섞여있다.
■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 못 맞춘 기업 428개중 93개가 경기도에
30일 경기일보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을 맞추지 못한 기업을 별도로 살펴봤다. 이번 분석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장애인 의무고용률 1.55% 이하 달성 기관‧기업’의 명단을 토대로 했다.
이때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을 ‘3.1% 미만’이 아닌 ‘1.55% 이하’로 설정한 이유는 ‘장애인 채용에 극심하게 소홀한 기업’을 분석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3.1% 이하까지 폭을 확대할 경우 명단에 추가될 기관·기업 등은 더 늘어난다.
지난해 정부가 공개한 1.55% 이하 명단 안에 포함된 전국 기관 및 기업은 457개로 집계됐다. 이 중 민간기업이 428개(93.6%)다.
경기도에 한정하면, 민간기업 93곳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244곳)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단, 도내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준수하고 있어서 이 수치 안에서 제외됐다.
경기도는 3위인 부산(16곳)과 비교하면 5.8배, 전국 꼴찌인 전북(1곳)과 비교하면 93배에 달하는 기업이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다른 지역보다 수도권에 기업이 많다는 특징도 있지만, 수치적으로 타 시·도에 비해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도내 기업도 건설업체 2곳, 제조업 1곳, 도매 및 소매업체 1곳 등 총 4곳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년 연속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기업이 전국 65곳으로 집계된 상황에서, 제조업 7곳·서비스업 3곳·건설업 1곳 등 총 11곳이 경기도에 있기도 했다.
■ 장애인 의무고용 가장 안 하는 ‘제조업’
경기도에 가장 많이 포진한 산업체는 제조업체다. 전국 장애인 표준사업장 408곳 중 252곳(61.8%)이 제조업체일 만큼, 얼마든지 장애인을 고용할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경기도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1.55%도 안 되는 기업 10곳 중 6곳(62.37%)은 제조업체였다.
상시근로자 ‘1천명 이상’인 기업 중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한 12곳을 살펴보면 4곳(33%)이 제조업체였고, ‘500명 이상~1천명 미만’인 기업 중에서는 33곳 중 19곳(57.6%)이 제조업체였다. 이어 ‘300~499명’인 48곳에서도 35곳(72.91%)이 제조업체였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장애인 채용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회사는 장애인 의무고용제 기준에 따르려면 30명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워야 한다. 갑자기 그렇게 많은 수의 장애인을 고용하기에는 적합한 직무도 없고, 또 휠체어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위해 회사 전반을 개·보수 해야 하는데 그런 비용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 지난해 지불한 장애인 고용부담금만 1천500억원
현행법상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않은 대상 기업들은 기준에 미달한 만큼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을 경우, 고용하지 않은 장애인 수 한 명당 최대 206만740원까지 부담금을 내는 식이다.
이에 발 맞춰 정부는 장애인 취업 지원을 위한 지원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의무고용률을 초과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최대 9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최대 10억까지 지원하는 등 8가지 지원 제도를 펼치는 식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돈을 내더라도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경기도만 봐도 기관‧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냈던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지난 한 해에만 1천564억5천500만원에 달했을 정도다.
장애인 고용 컨설턴트 관련 한 전문가는 “현장에서 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며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주고 시설 비용을 정부에서 대준다고 해도 장애인 고용을 고려조차 안 하기 때문에 의무고용률도 대체적으로 낮은 것”이라고 전했다.
남세현 한신대 재활치료학과 교수는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일을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잘 깨지지 않고, 정부에서 장애인을 고용할 때 지원해주는 시설 보조금 등에도 기업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기업의 장애인 고용이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내가 장애인이라 안 되는 거였구나" [일터의 문턱, 장애를 넘어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40926580354
박채령 기자 cha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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