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76돌 국군의 날’ 위헌성 지적…광복회 학술회의 “임정 법통 외면”

권혁철 기자 2024. 9. 3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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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정부가 사용하는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이란 표현이 의병→독립군→광복군에 뿌리를 둔 국군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일제강점기 독립전쟁 역사를 외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광복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연 '국군의 정통성, 어디에 둘 것인가' 학술회의에서 박창식 전 국방홍보원장은 건군 76주년 표현에 대해 "1948년 8월 정부 수립 시점을 국군의 기원으로 삼는 데서 비롯한다. 국군의 날을 맞아 건군 76주년이라고 표현하면 일제강점기에 선각자들이 벌인 독립전쟁 역사를 외면하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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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만든 국군의 날 행사 포스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누리집

‘국군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정부가 사용하는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이란 표현이 의병→독립군→광복군에 뿌리를 둔 국군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일제강점기 독립전쟁 역사를 외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광복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연 ‘국군의 정통성, 어디에 둘 것인가’ 학술회의에서 박창식 전 국방홍보원장은 건군 76주년 표현에 대해 “1948년 8월 정부 수립 시점을 국군의 기원으로 삼는 데서 비롯한다. 국군의 날을 맞아 건군 76주년이라고 표현하면 일제강점기에 선각자들이 벌인 독립전쟁 역사를 외면하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건군 76주년 표현은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됐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박 전 원장은 “전임 (문재인) 정부 때는 ‘건군 00주년’으로 표현하지 않고 ‘제00회 국군의 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독립군과 광복군 활동을 계승하려는 의지를 그런 방법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46년 국방경비대 기원설이나 건군 76주년 표현 방식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 조직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나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환영사에서 “내일이 국군의 날인데, 퍼레이드하고 무기가 번쩍번쩍하면 뭐 하느냐”며 “(군대의) 근본, 정체성이 빠지면 무기가 제대로 운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의 전신이 국방경비대사관학교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일본군, 만주군, 간도특설대, 일부 광복군이 참여한 (미 군정이 만든) 조선경비대가 어떻게 국군의 기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때 국방부는 “대한제국군→의병→독립군→광복군이 국군의 뿌리”라고 강조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는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란 소극적이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2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육사의 정신적 뿌리가 독립군을 양성한 신흥무관학교인가 아니면 국방경비사관학교인가’란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박정환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육사의 설립 취지나 목적이 독립운동이나 항일운동 학교가 아니다”는 발언하기도 했다.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은 1946년 1월 미군정에 의해 경찰예비대로 창설된 국방경비대가 이후 조선경비대로 명칭이 바뀌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군으로 편입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런 관계로 국방경비대를 국군의 뿌리로 인식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인식에는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경비대가 창설되기 전에 우리 민족은 의병·독립군·광복군 등 국군과 같은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던 군사 조직과 활동이 있었다”며 “국군의 뿌리를 찾는 데는 이들과의 역사적 맥락과 연계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승옥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는 기조발제문에서 “(극우 세력이) 식민사관에 동조해 ‘(국군) 광복군 모체론’에 도전하고 있다”며 “식민사관은 일제강점기 역사 주체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고, 8·15해방은 우리 민족이 전개한 항일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연합군이 안겨준 선물이라고 본다. 이런 논리라면 의병·독립군·광복군으로 이어지는 항일무장투쟁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전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지사 흉상 철거를 시도한 일도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항일투쟁을 폄하하고 왜곡하며, 친일이 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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