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죄 없다면서 소송비만 '23억'이라는 아이러니 [이슈&톡]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경영권 탈취 의혹에서 시작, 하이브(HYBE)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민희진 어도어(ADOR) 전 대표가 강연 중 하이브와의 소송에 들어간 비용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권을 발동한 이후 약 5개월 동안 무려 23억여 원을 들였다며 ‘승리’를 다짐했는데, 구체적 금액 노출에 팀플레이 중인 법무법인 세종마처 난처해 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죄가 없다”라고 자신하는 것에 비해 과한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죄가 없다면 굳이 수십억 원을 써가며 자신을 변호해야 할 이유가 있냐는 의견들이 눈에 띈다.
민 전 대표는 지난 27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K팝의 공식을 깨는 제작자, 민희진의 프리스타일’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해당 강연은 하이브와 대립 중인 상황에서 민 전 대표가 직접 대중 앞에 나서 마이크를 잡는단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실제로 강연 중 최다 동시접속자 수가 2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민 전 대표는 이날 강연 중 말 그대로 필터 없는 말들을 쏟아내 크고 작은 이슈들을 만들어 냈다. 특히 강연 중 현재까지 들어간 구체적 소송 비용을 언급해 대중을 놀래켰다.
“소송비가 지금까지 23억 원에 달한다”라고 밝힌 그는 돈을 모으는 스타일이 아니고 자신이 부자도 아니라며 소송을 위해 “집을 팔아야 한다”고 했다.
또 “남편, 자식이 없는 것도 감사하고, 부모님이 알아서 잘 살고 계셔서 걱정 안 하는 것도 천만다행”이라면서 “3개월에 수십억이 들었다. XX 내가 이겨야겠다. 이런 싸움을 못하게 하고 싶다. X맞아줘야 버텨줘야 과정이 생긴다”라고 했다. “이길 거다. 죄가 없거든. 일부러 없는 죄를 만들 수 없다. 내가 처맞는 이유가 있을 거다. 과정을 고치려면 겪어야 안다. 내가 이 과정을 다큐로 꼭 찍을 거다”라고도 덧붙였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흘리듯 밝힌 내용일 수 있지만, 수십억대 소송 비용을 심지어 소송 중 소송 당사자가 직접 공개하며 ‘어도어 사태’와는 별개의 논란을 야기했다.
심지어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세종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법조계에 따르면 송사에 투입되는 법률 비용을 그것도 소송 중 밝히는 것 자체는 업계 불문율로 통한다.
금액이 납득이 가지 않는단 반응도 많다. 법조계에서는 굴지의 로펌을 선임했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가처분 소송 한 건만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소송 비용만으로 20억 원이 넘게 들어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23억 원이란 금액은 단지 법률 비용에 한정된 것이 아닐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PR과 여론 관리 등에 상당 비용이 들어갔고, 이 비용들이 더해져 나온 숫자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민 전 대표가 ‘소송 비용’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소송을 대응하는 과정에 들어간 언론 대응, 온라인 마케팅 등 제반 비용 전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판단인데, 세종 입장에서는 23억을 법무 비용만으로 수취했단 오해를 살 수 있어 난처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 전 대표가 여과 없이 뱉어낸 ‘말’로 또다시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도어의 내홍이 수면 위로 드러난 후 민 전 대표는 직, 간접적으로 쏟아낸 각종 말들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은 바 있다.
퇴사한 전 직원과의 폭로전을 비롯해 이날 강연 도중에도 굳이 전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 관련 부정적 언급을 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는데, 소송 비용에 대한 언급으로 한 팀을 꾸려 대응 중인 세종에도 피해 아닌 피해를 주게 됐단 지적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민 전 대표가 언급한 금액에도 의아함을 드러내고 있다. 소송 제반 비용 전체라고 할지라도 금액이 과하단 의견들이 눈에 띈다. 민 대표가 줄곧 “죄가 없기에 이길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 문제가 될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 굳이 거액을 써가며 자신을 방어해야 할까란 의문을 보이는 이들도 다수다.
한편 최근 어도어 이사진은 임시 이사회를 열어 민희진의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는 임시주총을 열기로 했다. 다만 민희진과 뉴진스가 바란 대표직을 다시 맡기지는 않기로 했다.
앞서 민희진이 자신의 이사 재선임 주총 개최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던 바, 어도어에서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지만 민희진은 대표직 복귀 의사를 거듭 강조하며 어도어 측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민희진 | 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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