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고 억울하다는 홍명보…축구협회 10차 회의록 공개할까
홍 감독, 10월 15일 이라크전 직후 유럽 출장길…국정감사 기간과 겹쳐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설하은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과 관련해 잡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홍명보 감독은 본인도 답답하고 억울하다며 '10차 회의록 공개' 카드를 꺼냈다.
홍명보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10월 열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 4차전 참가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논란과 관련해 "쟁점이 되는 10차 회의록이 있을 거다. 그거라도 언론에 공개해 투명하게 검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불공정한 절차를 거쳐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에 처한 홍명보 감독이 정당하게 지휘봉을 잡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10차 회의록 공개'를 제안한 것이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한 뒤 그의 역할을 이어받은 이임생 전 협회 기술총괄이사는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이임생 이사는 최종 후보 3인에 들었던 다비드 바그너 감독과 거스 포예트 감독을 유럽에서 만나고 귀국한 직후 당시 K리그1 울산 HD를 이끌던 홍 감독을 만나 대표팀 사령탑을 제의했고, 홍 감독이 다음날 이를 수락하면서 감독 선임 절차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임생 이사가 이어받은 감독 선임 권한에 대한 이해, 전력강화위원들의 위임 동의 여부, 홍 감독에 대한 PPT 발표, 면접 등 검증 절차를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했고,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의 폭로로 감독 선임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달 초 홈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에서는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며 야유를 보냈다.
이에 더해 지난 24일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 이임생 이사 등이 출석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홍 감독은 이 자리에서 선임 과정 막판 행정 착오가 있었던 것 같지만 전반적인 절차는 정당하게 진행된 걸로 보인다며 "이 문제를 가지고 사임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홍 감독은 "나도 답답하다. 국회에서 여러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하지 못했다"며 "개인적으로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선임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쳤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했다.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했더니 가장 높은 점수라고 했다. 그래서 (감독직을) 수락했다"며 자신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감독직에 앉았다고 주장했다.
홍 감독은 "국회에 가보니 (전력강화위원) 전원 동의 여부 등 내가 들었던 말들과 조금 다른 게 있더라"라며 "협회에서 전체적으로 공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차 회의록을 언론에 공개해 투명하게 검증해보자는 제안을 던진 홍 감독은 "협회에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도 알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0차 회의록 공개 여부에 대해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10차 회의에서 사실상 감독 선임 관련 논의는 다 끝난 걸로 나와 있다"며 "이후 진행된 회의는 11차 회의가 아닌 임시 회의다.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가 업무를 위임받으면서 전강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뜯어보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달 2일 감사 결과를 중간 발표한다.
홍 감독은 "그건 문체부의 절차이므로 내가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내게 중요한 건 10월 경기다. 경기를 어떻게 치르느냐가 지금 상황에서는 더 큰 이슈"라고 즉답을 피했다.
홍 감독은 국회 현안 질의에서 국민의 의구심을 풀기 위해 유럽 출장 일정을 포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10월에는 유럽에 직접 가 선수들을 체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감독은 "유럽 출장은 당연히 가야 하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며 "유럽엔 주앙 아로소 코치가 있지만, 나도 10월엔 직접 가서 전체적으로 다음 스텝을 위해 어떤 게 필요할지, 유럽 선수들과 면담을 통해 지금 상황이 어떤지" 등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선수를 만나서 사기를 올려줄 필요도 있다"며 "향후 몇 년 뒤 대표팀을 이끌 선수들인 만큼 소속팀 매니저나 단장, 감독과 면담을 통해 선수의 미래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10월 7일부터 25일까지는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22일 열릴 대한체육회 국감 증인으로 정 회장이 채택됐다.
홍 감독은 아직 국감 증인 명단엔 없지만 문체위가 홍 감독을 또 불러낼 가능성도 있다.
홍 감독이 말한 일정에 따르면 국정감사 기간 그는 해외에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홍 감독은 한국시간 10월 10일 오후 11시 요르단 암만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원정 3차전을 지휘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15일 오후 8시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릴 이라크와 홈 4차전을 준비한다.
A매치가 끝난 직후 홍 감독은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약 2∼3주가량 유럽 각국 리그를 돌며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본다는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내달 15일 이라크전이 끝나면 그 주에 바로 유럽으로 떠나는 걸로 예전부터 계획했다"며 "한 주에 한두 경기밖에 못 보는 만큼, 여러 선수를 체크하기 위해 2∼3주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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