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정 혁신 기반이 된 개인정보 보호

최재봉 국세청 차장 2024. 9.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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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빛과 공기에 대한 세금’이라고 불리는 창문세(Window Tax) 이야기를 들어보았나요?

중세 유럽에서 유리는 고가의 사치품으로 간주했다. 이처럼 귀한 유리를 창문으로 달 수 있다는 건 부유함을 보여주는 척도였다. 창문세를 징수하게 된 배경이다. ‘창문세’ 일화는 우리의 일상과 세금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보여준다.

일상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세금이지만, 세금만큼 낯설고 어려운 것도 없다. 연말정산으로 소득세 신고가 끝나는 1300만 근로소득자는 어려움을 잘 모르겠지만, 이는 국세청이 공제자료를 수집·제공하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의 영향이 크다.

‘투잡’을 뛰거나, 작은 상가라도 있어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본 사람은 전문가 도움 없이 스스로 신고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국세청에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만 되면 세금 신고가 너무 어렵다는 지인들의 푸념 어린 불만을 들어 왔다.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국세청이 세액을 모두 계산해 주고 납세자는 확인만 하면 신고가 끝나는 종합소득세 모두채움 신고를 제공하면서부터다. 국세청은 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700만명에게 모두채움 전자신고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혁신적인 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비밀은 국세청이 보유한 데이터에 있다. 국세청은 국민의 신고·소득·재산 데이터를 보유한 대한민국 최고의 빅데이터 보유기관이다. 지난 2019년에는 중앙행정기관 최초로 대규모 빅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빅데이터센터에서 납세자의 수입과 지출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원터치 모바일 소득세 전자신고라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에는 공공기관 최초로 AI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에는 조사 대상자 선정 등 핵심 업무에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AI 시대, 내 개인정보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을까?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기반이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국세청이 활용하는 ‘데이터’ 즉, 과세정보는 소중한 개인정보다. 유출될 경우 국세청에 대한 신뢰 훼손은 물론, 자발적 성실신고라는 국세행정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코스타리카에선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사용자 계정 해킹으로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코스타리카 정부 시스템이 마비됐다. 국세 시스템이 멈춰 코스타리카의 국세 부과·징수 체계가 붕괴됐고, 재무부 시스템이 중단돼 공무원 봉급을 수 개월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국세청 정보화는 정보보호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 국세청은 1997년 국세통합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분리하는 망 분리 정책을 적용했다. 혹시 모를 유출 사고에 대비해 납세자의 개인정보는 전부 암호화해 보관한다. 국가정보원·행정안전부·국세청이 3중 보안관제 체계를 구축하고 해커들의 공격을 365일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2022년에는 임시 조직이었던 정보보호팀을 ‘정보보호담당관실’로 개편하고, 개인정보보호팀을 신설했다. 석·박사급 민간 정보보호 전문가도 채용했다. 이러한 노력을 토대로 국가기관 최초로 개인정보보호 국제표준 인증(ISO27701)을 획득하는 성과도 냈다.

최근 해킹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등 해킹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다. 이에 대비해 국세청은 사이버 위협을 수동 분석하는 ‘사람 중심 보안관제 시스템’에서 인공지능 중심으로 분석하는 ‘AI 보안관제 시스템’ 전환을 추진 중이다. AI 보안관제 시스템은 다음 달 개통 예정이다. AI 보안관제 시스템이 구축되면 사이버 공격 대응 역량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9월 30일은 개인정보보호의 날이다. 국세청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국민참여 퀴즈 등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의 날을 맞아 “근본이 상하게 되면 가지는 마침내 망하고 만다”(傷基本 枝從而亡)는 소학의 경구를 되새겨본다. AI 혁신이라는 꽃과 가지에 집중하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뿌리를 상하게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AI가 이끄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 국세청은 근본으로 돌아가 납세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더욱 강화해 국민신뢰 기반을 지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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