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틈에서 ‘사유’를 찾는 ‘사이 사람’의 인생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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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거주 인문학자인 최정우 교수가 《세계-사이 찢어진 예술, 흩어진 문학, 남겨진 사유》를 출간했다.
"철학 혹은 문학은 예술적 전선을 긋는 강령이나 확고한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어떤 선언이 아니라, 차라리 모든 것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단순화에도 온몸으로 반대하며 저 모든 복잡성 안에 머물면서 계속해 사유하고자 하는 외줄타기의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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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프랑스 거주 인문학자인 최정우 교수가 《세계-사이 찢어진 예술, 흩어진 문학, 남겨진 사유》를 출간했다. 최 교수는 이 책에서 철학과 음악, 비평, 미학의 세계 등 전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그가 근간으로 삼은 지적 체계는 정확히 규정할 수는 없지만, 흔히 '해체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정의될 수 있다. 저자는 서울과 파리를 오가면서 얻어진 예술과 문학의 편린을 모았는데, 일상에서 찾은 예술적 영감과 사유들을 엮은 예술과 인문학의 총체이자 일기의 새로운 시도다.
저자는 프랑스 대학에 소속돼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외국인 노동자 교수지만 막 장기비자를 받은 경계인이다. 서울에는 '영혼의 누더기'라는 의미의 '람혼(襤魂)'이라는 자신의 호를 딴 집이 있지만 이 역시 그의 정주처가 아니다. 그는 결국 서울과 파리의 어느 중간에 마음을 두고 사는 '사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비평 세계도 당연히 그 사이를 바탕으로 한다.
"철학 혹은 문학은 예술적 전선을 긋는 강령이나 확고한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어떤 선언이 아니라, 차라리 모든 것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단순화에도 온몸으로 반대하며 저 모든 복잡성 안에 머물면서 계속해 사유하고자 하는 외줄타기의 시도이다."
그런 관점은 영화 《모던타임즈》나 《조커》를 보거나 나희덕·김소연 시인의 시를 읽을 때도 어김없이 반복되며 때로는 신중현, 한대수, 김민기, 조용필, 서태지와 아이들을 재해석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경계인들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글은 모두 그가 그 시절에 보냈던 구조 신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라고 말할 정도로 외로움을 떨칠 수 없는 '사이 사람'의 숙명이다. 다행히 그에게는 프랑스라는 비교적 평안한 예술적 공간이 있었고, 주 거주지를 파리로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두 나라를 오가며 여러 언어로 글쓰기와 작곡, 연주와 공연 일정을 이어가는 소속 없는 독립 예술가로서 자신만의 예술 작업을 하는 것을 택했다. 결국 '사이'의 감각을 잃어버리는 일은 '이질성의 냄새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안전은 죽음'이라는 각성으로 끊임없이 세계-사이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완전한 이해라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삶은 어쩌면 그저 몇 개의 무인도들 사이를 옮겨 다니기만 하는 짧은 항해, 풍랑 잦은 물결 위를 그저 혼자서만 노를 저어 가는 짧은 여행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 속에 영원의 역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언제나 나는 경이를 느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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