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 베를린 소녀상 지키는 이 사람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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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난 건 2022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였다.
독일에서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운동을 펼치는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61)였다.
당시 기시다 일본 총리가 숄츠 독일 총리에게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였지만 소녀상이 놓인 공간의 풍경은 말 그대로 평화로웠다.
베를린시 미테구청이 9월25일 소녀상을 사유지로 이전하지 않으면 4주 안에 철거할 것이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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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난 건 2022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였다. 독일의 에너지 정책을 취재하러 간 현장에 그가 독일어 통역자로 왔다. 함부르크로 향하는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게 된 인연으로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았다. 독일에서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운동을 펼치는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61)였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베를린시 미테구의 작지만 아름다운 공원에 있었다. 당시 기시다 일본 총리가 숄츠 독일 총리에게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였지만 소녀상이 놓인 공간의 풍경은 말 그대로 평화로웠다. 소녀상 주변에는 꽃이 놓여 있었고, 지나는 베를린 시민들이 한정화 대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했다.
지금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위기를 맞았다. 베를린시 미테구청이 9월25일 소녀상을 사유지로 이전하지 않으면 4주 안에 철거할 것이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미테구청 측은 공모전에서 선발된 작품이 아닌 만큼 영구적으로 설치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그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집요한 압력이 있다. 일본 정부는 베를린을 비롯해 세계 각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한국의 일방적 입장만을 담은 상징물이라고 주장해왔다. 소녀상 비문에는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식민지 여성을 강제로 성노예로 삼았으며, 이런 전쟁범죄의 재발을 막으려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한정화 대표는 10대이던 1978년, 파독 간호사 어머니와 함께 독일에 온 이민 1.5세대다. 대학에서 일본학과 한국학을 전공한 뒤 일본군 ‘위안부’는 물론 독일군 위안부 문제에도 관심을 두었다. 이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독일을 찾았을 때 통역을 담당하면서 전시 성폭력 문제에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코리아협의회는 위안부 문제와 함께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기리는 활동 등을 독일 내에서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한 대표는 “소녀상은 초국가적 여성 인권의 상징이자 독일 내 한인 커뮤니티의 역사가 담긴 상징으로서 시민사회 안에 공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꼭 4년 전인 2020년 9월28일 세워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설치 직후부터 미테구청의 철거 명령에 직면했다. 하지만 시민 1만2000명이 반대 서명을 제출하고 미테구 의회가 여러 차례 존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시민의 힘’으로 지켜져왔다. 한정화 대표는 “지금 독일 언론에서 소녀상 철거 문제를 크게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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