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의 분발을 바란다[임진모의 樂카페]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싱어송라이터, 말 그대로 가수 겸 작곡가는 흔하디 흔하지만 그것이 뿜는 의미는 각별하다. 곡을 만들고 또 그것을 부른다는 것은 음악가의 두 기둥이라고 할 작곡자와 가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전문작곡가는 노래하지 않고 대체로 가수는 곡 쓰기 아닌 노래 부르기에 집중한다. 둘을 다 한다는 것은 단지 출중한 능력을 너머 한 뮤지션의 음악적 자아실현과 음악에 대한 ‘주권’ 확립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1970년대 들어서는 이런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제임스 테일러, 캐럴 킹, 캣 스티븐스, 폴 사이먼, 짐 크로치, 돈 맥클린 그리고 비틀스의 네 솔로들이 군웅할거하면서 싱어송라이터는 일상적 패턴이 되었다. 이들은 마치 한 사람이 하나의 장르인양 제각기 고유의 개성을 발현하며 그들만의 팬덤을 구축했다. 그때부터 음악가라면 의당 자작곡을 불러야 했다.
한국 음악계도 다르지 않았다. 1970년대를 맞이하면서 어떤 가수가 스스로 쓴 곡이 아니거나 번안곡과 기존 곡을 ‘커버’해 명성을 얻으면 사실상의 인정을 획득하지 못했다. 창작곡을 써내야 자작곡이 전무하다시피 한 이전 시대와 선을 그을 수 있었다. 1960년대 음악계 풍토를 밴드 키보이스의 윤항기는 이렇게 묘사했다. “전문작곡가들이 지배하던 그 시절 우리가 작곡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가수가 곡을 쓰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닌 시대였다.”
로큰롤의 신중현을 위시해 1970년대 영 포크 진영의 김민기, 이장희, 김정호, 송창식 등 곡 쓰고 노래하는 인물들이 세력화하면서 마침내 싱어송라이터 문화가 개화했고 이들에 의해 각각의 개성이 폭발적으로 발현되고 그 독자성에 동조하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음악계와 시장은 비약적으로 커졌다. 그들만의 표현과 전개, 그들이 원하고 선택하는 어휘와 음색이 천차만별이니 그것을 응시하고 수용하는 소비층도 두터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이 때문에 싱어송라이터들이 득세하면 음악이 전성기를 맞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1987년 유재하의 단 한 장의 앨범과 더불어 우후죽순 등장한 싱어송라이터들과 함께 8090세대 음악시장이 몸집을 불렸다는 것이 그 증명이다. 바로 그들만이 행사할 수 있는 절대적 차별성, 자기 혼자만이 속한 종(種)의 존재라는 것이 갖는 힘일 것이다.
사실상 재즈를 내걸든 록이든 밴드의 경우도 구성원을 자세히 보면 프론트맨은 싱어송라이터인 경우가 많다. ‘하나의 밴드는 하나의 장르’라는 말은 이러한 상황에서 빚어진 속설이다. 1980년대 국내 밴드의 선두였던 산울림의 김창완, 송골매의 구창모, 벗님들의 이치현, 들국화의 최성원, 다섯손가락의 이두헌은 모두 빼어난 싱어송라이터다. 덕분에 오랜 기간 변방에서 소외된 록 밴드들이 주류에 성큼 다가설 수 있었다.
국내 싱어송라이터들도 굵직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신중현, 송창식, 들국화 등 역사적 유수의 음악가가 회원인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가 있다. 협회가 주최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라이브콘서트가 올해 11월에 홍대에서 개최된다. 이번이 3회째라는 것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꿈틀거림이 집단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간 글로벌 시장을 석권 중인 K팝과 기성세대를 장악한 뉴 트로트 미디어 공습에 의해 싱어송라이터 흐름은 솔직히 위축과 부진을 벗지 못했다. 지금 국내 음악계는 개성 만발의 백가쟁명식 활기가 시급한 시점이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 팬들이 대거 음원과 공연시장에 참여하는 열기 또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싱어송라이터들이 좀 더 많이 보여야 하고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 그들의 분발을 바란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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