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안보 위기 속… 전 세계 방산기업 한국에 총집합
내달 2일부터 충남 계룡대서 대규모 전시
美 록히드마틴 포함 360여개 기업 참가
“K방산, 올해 수출 200억 달러 돌파할 것”
KADEX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상무기 방산 전시회로 그간 2년마다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다 올해는 계룡대로 자리를 옮겨 개최된다.
국제적 호평과 계약 체결이 잇따르면서 세계 방산시장의 ‘신흥 강자’로 거듭난 K-방산의 위상을 과시하는 한편 각국의 방산 연구개발 현주소와 미래를 진단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대표 방산기업인 현대위아와 현대로템 등 현대자동차그룹이 177개 부스를 신청해 가장 큰 규모로 참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이 108개 부스를 신청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 풍산, LIG넥스원, SNT모티브, STX엔진,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 등 우리나라 대표 방산기업들이 총출동한다. 전 세계 방산기업 중 1위인 록히드마틴을 비롯해 사브, 샤프란 등 15개국 38개 해외 방산기업도 참가 신청을 완료했다.
또 40개국의 국방부 장관과 방위사업청장, 육군참모총장 등 해외 VIP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에 초청되는 해외 VIP 다수가 다음날 열리는 KADEX 2024 개막식에 참석할 것으로 주최 측은 보고 있다.
전시장은 전장 기능별로 정보·지휘통제관, 화력관, 기동관, 방호관, 항공관, 미래관, 장병복지관으로 전시 구획이 나뉘게 된다. ‘정보·지휘통제관’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기술품질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참여해 K-방산의 최신 연구 성과를 선보인다. 휴니드테크놀러지 등 중견기업과 많은 중소기업이 참가해 위성, 레이더, 감시장비, 전자장비, 통신체계 등에 대한 최신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화력관’은 한화그룹을 필두로 K9 엔진 국산화에 성공한 STX엔진과 국산 총기 대표기업 SNT모티브, 다산기공, 탄약 전문 기업 풍산과 부품납품 및 유지보수를 위한 중견·중소기업이 참가한다.
‘기동관’은 현대로템, 현대위아, 기아 등 현대자동차그룹 3사가 179개 부스 규모의 합동 부스를 마련해 K2 전차와 각종 전술 차량을 선보인다.
‘방호·항공관’은 LIG넥스원이 참여해 육해공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각종 유도무기를 전시한다. ‘미래관’은 국방혁신 4.0을 기반으로 과학기술 기반의 군사전략과 작전 개념을 선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핵심 첨단 전력이 참가한다.
이는 전 세계적인 군비 증강으로 직결되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5월 “2023년 전 세계 각국이 지출한 국방비는 약 2조2000억 달러(약 2952조 원)로 전년보다 9%가량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도 “지난해 148개국의 3분의 2가 넘는 69%가 전년 대비 국방비 지출을 늘리며 글로벌 국방비 지출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의 위협권에 놓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지난해 국방비 총액은 전년보다 9%가량 증가했고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인 8%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나토 회원국의 70% 이상인 23개국이 올해 국방비로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도 했다.
군 관계자는 “지구촌 곳곳의 분쟁이 대규모 확전이나 전면전으로 치달아 자국의 안위와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군비 증강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방산의 ‘기회’이자 ‘도전’
세계 각국의 국방비 증강과 군사력 강화 기조는 K-방산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무기를 단기간에 대규모로 납품할 수 있는 K-방산의 능력이 속속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폴란드에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최대 40조 원 규모의 무기 수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국산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의 호주 수출에 이어 올해는 다연장 로켓 ‘천무’의 폴란드 2차 수출 등 조 단위의 무기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방산업계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유럽과 중동, 호주 등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이달 폴란드와 호주, 필리핀 등에서 연이어 열리고 있는 대규모 방산전시회에 참여해 홍보 및 수주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한국산 무기 수입을 확정했거나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K-방산의 수출길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방산 수출이 200억 달러(약 26조5500억 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7년까지 세계 4위의 방산 수출국 등극에도 성큼 다가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의 방산 강국들이 급성장하는 한국 방위산업에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내는 한편 견제 행보에 속속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출 실적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현지 여건에 최적화된 성능 개량 등을 통해 한국산 무기가 ‘가성비’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으로 거듭나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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