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문수 “382조원 퇴직연금 국민연금처럼 굴려 수익률 개선할 것”

김아사 기자 2024. 9. 3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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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인터뷰
지난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장관은 “382조원 규모의 퇴직연금에 ‘기금형’ 제도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처럼 수익률과 안전성을 보장해 운용하면 고령자 노후 보장에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김지호 기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382조원 규모의 퇴직연금에 ‘기금형’ 제도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개인이나 업체가 증권사, 은행 등을 통해 운용하는 퇴직연금 일부를 국민연금공단 같은 전문 운용 조직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전문 운용 조직, 금융사 모두 퇴직연금 운용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른 경쟁이 발생해 가입자 수익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진다.

김 장관은 지난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퇴직연금은 앞으로 국민연금 규모를 추월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연금 체계다. 국민연금처럼 수익률과 안전성을 보장해 운용하면 고령자 노후 보장에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퇴직연금은 2005년 도입 후 ‘계약형’으로 운용됐다. 가입자가 금융사를 통해 운용하는 방식인데, 원금 보장 상품에 기반을 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2%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 방침은 가입자가 원할 경우 이를 금융사 뿐 아니라 국민연금공단 같은 전문 운용 조직에 맡기도록 선택지를 주겠단 것이다. 정치권에선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공단에 통째로 맡기는 방식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경우 기존에 이를 관리하던 금융사들의 반발 등이 만만찮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해선 “특정 나이로의 일률적 정년 연장은 청년 일자리 기회 축소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년 이후 촉탁직 등으로 계속 고용하게 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추진 중인 ‘노동 약자 지원·보호법’의 내용도 공개했다. 김 장관은 “국가나 공공기관이 프리랜서 등 노동 약자와 계약할 때 적용할 표준 계약서를 만들고, 서면 체결을 의무화할 것”이라며 “이들이 경력을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경력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퇴직연금에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야 하나.

“퇴직연금은 향후 국민연금을 뛰어넘는 규모로 커지기 때문에 향후 고령자 노후 보장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한 핵심은 수익률인데, 가입자가 원할 경우에 한해 전문 조직이 운용하는 ‘기금형’ 가입을 가능케 하겠단 것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전문 조직과 현재 방식인 계약형 상품을 맡은 은행, 증권, 보험사 간 경쟁이 벌어져 수익률이 증가하게 되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적 운용 조직이란 누구를 말하나. 현재 이를 운용하는 금융사 반발도 만만찮을 것 같다.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공적기관 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같은 민간 금융기관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전문 조직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수익률을 올리면서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곳이 맡도록 사회적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 퇴직연금 전체를 기금화해 금융사들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기금형을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적절한 최종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일 정부가 국민연금 의무 납부 기한을 64세로 조정하겠다는 안을 밝히면서, 정년 연장 화두도 던진 셈인데.

“정년 연장 논의는 노인보다 더 큰 약자인 청년층을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정년을 늘리면 영세 사업장 타격, 청년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반면, 촉탁직 같은 계속 고용이 이뤄지면 회사 입장에선 인건비를 줄이면서도 더 많은 숙련 기술자를 확보할 수 있고, 근로자도 퇴직 후 급격한 소득 감소를 막을 수 있다. 어떤 안이 나와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가장 취약한 계층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65세 인상을 주장하는 양대 노총 등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단순한 정년 연장의 부작용에 대해선 이미 많은 연구가 이뤄져 있다.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면 노동계 역시 연공(年功) 완화 등 임금 체계 개편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임금은 깎지 말고 정년만 연장하자는 말은 현실성이 없다.”

김문수(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명(오른쪽) 위원장, 서종수(왼쪽) 상임부위원장 등 집행부와 손잡고 있다. /뉴스1

-노동 약자를 위한 지원·보호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되나.

“돈을 떼이거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를 사전에 방지하려 한다. 우선, 국가·공공기관이 당사자로 계약하는 경우 표준 계약서를 활용해 서면 체결을 의무화한다. 결제 대금은 공신력 있는 플랫폼 등에 예치해 거래 후 전달하는 ‘에스크로’ 시스템을 이용하고, 이들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게 하기 위해 경력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도 관심이 크다.

“이 부분에 대해 상당히 급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문제가 있더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다만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크다. 근로기준법 미적용에 따른 연장·야간·휴일 근로 가산 수당, 연차 유급휴가 등이 적용되지 않는 건 고쳐야 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폐업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사업장들의 임금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등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

-그동안 실태 조사 등은 이미 많이 이뤄졌는데

“기존 조사에 현실과 동떨어진 면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실제 법이 적용됐을 때 업계에 미치는 충격 같은 것이 너무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관련해선, 오세훈 시장은 임금이 너무 높다고 주장한다.

“현재 체계 내에선 외국인 가사관리인에 대한 임금 차등이 불가능하고, 임금을 낮출 수 있다고 해도 부작용이 크다. 238만원 줄 걸 100만원만 주면 유지가 안 된다. 이들이 바보가 아닌데 돌봄 일을 계속할 리 없고 다른 일을 찾아 결국 불법 체류자만 양산하게 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예를 드는데 ILO(국제노동기구) 비준이나 법체계 등이 완전히 다른 국가라 비교 대상이 아니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와 비교도 어렵다. 오 시장님을 직접 만나 관련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김문수 장관

경북 영천 출생으로 경북고를 졸업하고 1970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제적됐다. 1985년 구로동맹 파업 이후 서울노동운동연합 결성 등을 주도했다. 진보 정당인 민중당에서 활동하다 1994년 민주자유당에 입당, 15·16·17대 국회의원(경기 부천소사)과 32·33대 경기지사 등을 지냈다. 현 정부 들어 노사정이 참여한 사회적 대화 기구인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퇴직연금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일정 금액을 내고 근로자가 55세 이후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하도록 한 제도. 현재 퇴직연금은 개인이나 업체가 증권사·보험사 등을 통해 운용하는데, 수익률이 낮아 국민연금처럼 별도의 전문 조직이 운용하는 ‘기금형’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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