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든 곳 엿보는 ‘중국산 인터넷 카메라’ 공포
중국의 음란물 사이트에서 중국산 IP캠(인터넷 카메라)으로 찍은 한국인들의 사생활 동영상이 대거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IP캠에서 해킹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사이트엔 한국의 가정집 거실이며 산부인과 분만실, 탈의실, 수영장, 마사지숍 등 신체를 노출할 수밖에 없는 공간을 해킹한 동영상들이 널려 있다. 지난해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연예인 등 환자들 탈의 과정 등이 무단 유출돼 논란됐던 동영상도 올라 있었다. 한 중국 사이트엔 ‘한국인’으로 분류된 동영상이 전체 국가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았다. 일상생활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국 음란물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가정집 돌봄용이나 상업·공공시설에서 방범용으로 광범위하게 보급된 IP캠의 80%는 중국산이다. 중국산 IP캠은 제조사가 서버·기기에 사용자 정보를 빼갈 수 있는 ‘백도어’를 심어둔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은 값싼 중국산 IP캠을 해외 직접 구매로 구입하고 있어 정부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심지어 국내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로봇 청소기 제품에도 IP캠이 장착돼 있다. 미국 IT 매체는 중국산 로봇 청소기가 해킹 되면 이용자를 감시하고 사생활 정보를 유출하는 채널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부와 차단된 CCTV와 달리 IP캠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해킹에 취약하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 사용자들의 보안 의식은 미흡하기만 하다. IP캠을 사용하는 기업체의 65%는 국산과 중국산 제품의 정보 유출 가능성에 차이가 없다고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주요국들은 정보 보안을 이유로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영국·호주 등도 주요 국가 시설에서 중국산 영상 장비를 철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군부대에 설치된 방범 카메라(CCTV) 1300여 대가 중국산인 걸 확인하고, 순차적으로 철거키로 했다. 군대뿐 아니라 가정집 안방과 상업시설까지 침투한 중국산 IP캠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는 중국산 IP캠 제품과 IP캠이 장착된 전자 기기에 대한 보안 점검을 통해 해킹 위험과 대비 방법을 사용자들에게 널리 홍보해 알릴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한 해킹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선책으로 중국산 IP캠 사용자들에게 우선 처음 사용할 때 설정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바꿀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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