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500억 자산가' 김종석, '추락 연예인' 둔갑시킨 '방송 허구'
MBN '특종연예세상' 스토리 인물 등장 '빈털터리 묘사' 오류
실제 모습은 초대형 빵커피 전문점 3개 운영 '성공한 연예인'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SBS 예능프로그램이 한때 조작 의혹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김병만이 주축이 된 이른바 병만족들이 자연 속에서 펼치는 생존기를 보여주는 리얼 예능 '정글의 법칙'이었는데요. 10여년 전 뉴질랜드 편에 출연 중이던 배우 박보영 소속사 K모 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정글의 법칙은 개뻥 프로'라고 글을 올린 게 발단이 됐습니다.
K 대표는 '먹기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먹였다', '동물을 잡아다가 근처에 풀어놓고 리액션을 잡네 어쩌네 했다', '호텔에서 천 달러씩이나 맥주를 사서 밤마다 술 마셨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해당 프로그램을 공격했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허위'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 영상매체는 치명타를 입습니다. 당연히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당시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말도 안된다'며 해명했지만, 누리꾼들은 '정글의 법칙마저 리얼이 아니었느냐'며 분위기는 신뢰를 의심하는 쪽으로 흘렀습니다. 심지어 일부 시청자들은 '정글의 법칙'을 '조작의 법칙' '망신의 법칙'이라며 조롱하고, 방송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지금까지 실전 체험은 모두 연기였단 말인가' 등의 항의글이 쇄도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이 "관광상품도 있었지만 최대한 피했다" "프로레슬링이 쇼인 것처럼 '정글의 법칙'도 어찌 됐든 방송"이라는 발언으로 일부 인정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논란의 핵심은 '100% 리얼 예능'을 표방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애초 '연출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통로를 열어놨더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죠.
◆ 가짜 또는 인위적인 허구로 실제 모습과 다르게 그려저 '논란'
방송이 가짜 또는 인위적인 허구로 인해 논란에 휩싸이는 일은 흔한 일입니다. 예능이나 다큐는 물론이고 심지어 뉴스 프로그램에서조차 대역을 써 실제 인터뷰이로 둔갑시키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완전 거짓이 아니라, 일부 사실에 입각해 첨삭하는 의도적 연출이 더 위험합니다. 내용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뒤바뀌어도 속을 수밖에 없습니다.
'뚝딱이 아빠'로 유명한 김종석이 최근 영상매체의 허구로 인한 '해프닝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방송에 비친 '100억 빚에 아내와 별거, 폭삭 망했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그는 MBC '파란마음 하얀마음', KBS '딩동댕 유치원', EBS '모여라 딩동댕' 등 영유아 프로그램에 40여년간 출연하며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방송인입니다.
문제가 된 것은 사실과 허위가 완전히 뒤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그는 '500억 부동산 자산가'이고, 동료들도 부러워하는 성공한 연예인 사업가입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100억 원에 달하는 은행 대출금의 이자를 갚는데 허덕이는 모습으로만 그려졌습니다. 그의 은행 대출금은 전체 보유 부동산 가치 500억 원의 20%에 불과합니다.
◆ 영상매체의 파급력 감안한 더 책임 있는 '자기검열 기능' 절실
김종석은 서울 근교인 팔당, 양수리, 양평 등 북한강변에 3개의 초대형 빵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두 본인이 직접 부지를 구입하고 리모델링하거나 디자인해 탄생시킨 업장인데 규모가 엄청납니다. 팔당 '벨스타'는 200억, 양수리 '빵공장' 200억, 양평 '007도넛'은 120억원에 달합니다. 수익성이 좋아 총 대출금(97억)의 이자(4000만)를 갚고, 3개 매장 전체 직원 32명의 월급을 주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 탄탄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한때 잘나갔던 연예인의 추락을 좀 더 비참한 모습으로 그려내야하는 프로그램 콘셉트와 무관치 않습니다. 취재 결과 촬영 장소 중 하나였던 그의 숙소는 제작진이 미리 잡아놓은 시장통의 허름한 모텔이었고, 잠옷 러닝셔츠 차림에 라면을 끓여먹는 장면도 연출된 것이었습니다. 영락없는 실패자의 모습이 방송을 탔습니다.
아내와 별거 중이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산다는 얘기도 사실과 다르게 묘사됐습니다. 김종석은 서울 서초동에 69평형 자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헬스트레이너인 아내는 서울 강남에 따로 살고 있을 뿐 별거는 아닙니다. '편의상 따로 떨어져 사는 것'과 '온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돈도 없이 비참하게 산다'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시청자들은 보이는 것만 믿습니다. 설령 허구로 포장됐더라도 이면의 진짜 모습을 알 수가 없습니다. 논란이 된 뒤 김종석은 "설마 이렇게까지 다른 방향으로 묘사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방송 콘셉트를 사전에 모르고 출연한 본인의 잘못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상매체의 파급력이 큰 만큼 더 치밀하고 책임있는 자기검열 기능은 필요합니다.
eel@tf.co.kr
<관련기사> [단독인터뷰] '500억 자산가' 김종석, "100억 빚 빈털털리는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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