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현역 마침표, 정우람 눈물의 은퇴식 “이글스 팬들이 나의 자부심이었다”
등번호 57번, 주황색 한화 유니폼을 입은 정우람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불펜 문을 열고 마운드로 걸어 나왔다. 선수 생활 내내 수도 없이 걸었던 그 길이지만, 은퇴식 무대로 향하는 그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한화 정우람(39)이 29일 현역에서 은퇴했다. 2004년 데뷔 후 통산 18시즌, 투수 최다 1005경기 출장을 뒤로하고 길었던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은퇴 전 마지막 인사를 위해 이날 열린 대전 NC전 선발로 나와 한 타자를 상대했다.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인사하고 마운드 위에서 내려왔다.
한화의 패배로 2024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났지만 1만2000 전 좌석을 메운 팬 중 자리를 뜨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정우람과 마지막 작별을 기다렸다. 어둠이 깔리고, 팬들의 핸드폰 주황색 불빛이 반짝거리는 가운데 정우람이 마운드로 걸어 나왔다. 불펜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에 그의 얼굴이 이미 눈물범벅이 됐다. 마운드까지 그리 멀지도 않은 길을 걷는 동안 계속해서 얼굴을 훔쳤다.
돌이켜 보니 생각나는 사람도 많고, 고마운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정우람은 “마지막을 함께 해주시는 팬 여러분 많이 보고 싶을 것”이라며 “한화이글스파크 61년 역사의 마지막 순간을 팬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너무나 큰 영광”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이날은 선수 정우람의 마지막 날이면서 한화의 2024시즌 마지막 날이었고, 이글스파크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정우람은 한화의 든든한 큰 형님이었다. 은퇴식에서도 그는 후배들을 찾았다. 주장 채은성, 한화에서 가장 오래 뛴 장민재를 시작으로 한 명 한 명 후배들의 이름을 부르고 가슴 속 품었던 진심을 전했다. 함께 뛰었던 시절을 추억했고, 건강한 선수 생활을 기원했고, 내년 이후 새로운 한화의 기둥들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올 시즌 한화로 복귀했지만, 선수로 함께 하지는 못했던 류현진을 향해서도 “오랫동안 이글스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야구 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정우람은 그리고 다시 팬들을 향했다. 2016년 한화로 이적한 지도 벌써 9년째다. 정우람은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 늘 팬들이 곁에 계셨고, 이 순간 마운드에 선 저를 수많은 등불처럼 아름답게 비춰주시는 여러분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고 더없이 행복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된다”고 했다. 정우람은 “‘대전엔 성심당, 그리고 또 뭐가 유명하냐’고 할 때마다 저는 대전의 최고 명물은 한화 이글스 팬분들이라고 말해왔다”며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최고 팬덤인 여러분은 저와 선수들의 자부심이자 사시사철 굳건한 소나무”였다고 감사를 표하며 다시 한번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정우람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 한 명, 한 명과 포옹하고 크게 그라운드를 돌았다.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향해 손 흔들며 인사했다.
정우람이 다시 마운드에 섰다. 한화의 상징과도 같은 폭죽이 터져 올랐다. 동료들이 그를 높이 헹가래 쳤다.
1005경기 출장, 977.1이닝. 평균자책점 3.18. 64승 47패 145홀드 197세이브. 정우람이 은퇴했다.
대전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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