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암살' 헤즈볼라 와해 직전까지…이스라엘 정보기관 역량 '눈길'

정성진 기자 2024. 9. 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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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와 이란 내부에 정보원을 심는 작업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스라엘은 강화한 정보 역량을 바탕으로 헤즈볼라 지도부를 정조준해 왔습니다.

이스라엘과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모사드와 미 중앙정보국은 2008년 서방을 겨냥한 여러 건의 테러를 주도한 헤즈볼라 최고위급 간부 이마드 무그니야를 폭사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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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습 피해 입은 베이루트 남부 건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을 지닌 비국가단체로 불리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불과 10여 일 만에 와해 직전으로 몰리자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의 역량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고전한 이후 해외정보기관 모사드와 군정보기관을 중심으로 헤즈볼라를 겨냥한 정보수집 역량을 강화해 왔습니다.

이스라엘은 당시 34일간 이어진 전쟁에서 헤즈볼라의 게릴라전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헤즈볼라가 납치한 자국 군인들을 구출한다는 당초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지도부의 동향과 그들이 구사할 전략·전술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이 압도적 전력을 지니고도 사실상의 패배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이스라엘군의 산하 비밀첩보기관 '8200 부대'는 헤즈볼라의 휴대전화와 여타 통신수단을 더 잘 감청할 수 있도록 최첨단 해킹 도구를 개발했고, 미 국가안보국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또, 더 많은 무인기와 최신 인공위성으로 헤즈볼라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중요한 정보가 일선 병사와 공군에 더 신속히 전달되도록 전담반을 신설하는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레바논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접근하기 쉽다는 점을 활용해 민간인으로 위장한 특수부대원을 잠입시켜 민감한 정보공작도 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헤즈볼라 무장대원의 장례식 상공을 나는 이스라엘군 정찰무인기

헤즈볼라와 이란 내부에 정보원을 심는 작업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스라엘은 강화한 정보 역량을 바탕으로 헤즈볼라 지도부를 정조준해 왔습니다.

이스라엘과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모사드와 미 중앙정보국은 2008년 서방을 겨냥한 여러 건의 테러를 주도한 헤즈볼라 최고위급 간부 이마드 무그니야를 폭사시켰습니다.

2020년 1월에는 이란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시리아를 경유해 레바논에 입국, 나스랄라와 만나는 정황이 이스라엘 8200 부대에 포착됐고, 관련 정보가 미국 측에 전달돼 미국은 솔레이마니를 계속 추적하다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처에서 드론 폭격을 가해 그를 제거했습니다.

올해 7월에는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이었던 푸아드 슈크르가 베이루트의 정부를 찾았다가 이스라엘군의 미사일 공격에 사망했고, 이달 초에는 8200 부대가 시리아에 있는 헤즈볼라와 이란의 미사일 공장을 찾아내 폭격을 퍼부었습니다.

지난 17~18일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주로 사용하던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수천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휴대전화 도·감청을 우려한 헤즈볼라가 무선호출기 사용을 장려하자 헝가리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모사드가 폭발물이 심긴 삐삐를 헤즈볼라에 대량으로 팔아치운 결과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20일에는 헤즈볼라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 등 핵심 지휘관 10여 명이 무더기로 숨졌고, 23일 헤즈볼라의 미사일·로켓 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무함마드 쿠바이시를 표적 공습으로 제거하는 등 참수작전을 지속했고, 결국 27일 수장인 나스랄라마저 비밀 본부와 함께 폭사시켰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머물면서 이 작전을 승인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CIA 분석가 출신의 중동 전문가 칩 어셔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성공 비결을 묻는 말에 "그들은 상당히 명확히 규정된 목표물들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보기 드물 정도로 끈기도 강하다"고 짚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정성진 기자 capta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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