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수형자에겐 불편한 교도소 화장실…법원 “1년 내 편의시설 설치하라” 첫 명령

강연주 기자 2024. 9. 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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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적 조치 위법 행위 판단
국가 상대 소송 ‘일부 승소’

장애인 수형자에게 장애인을 위한 대변기·세면대 같은 필수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은 교도소의 조치는 차별행위로서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장애인 수형자가 겪는 차별적 조치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전국의 장애인 수형자 전담교정시설에 대해 화장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라는 적극적 조치 명령도 처음으로 내렸다.

2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3-3부(재판장 유철희)는 장애인 수형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약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요청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시정 조치도 받아들여 1년 안에 모든 장애인 수형자 전담교정시설에 장애인이 사용하기 쉬운 대변기와 세면대를 설치하라는 명령도 법무부에 내렸다.

A씨는 교통사고로 척수가 손상돼 사지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이다. 그는 수년간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교도소에 수용돼 불편을 겪었다. A씨가 2015년 순천교도소에 입소할 당시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이 따로 없었다. 이에 A씨는 간병인 도움을 받아 일반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화장실에 장애인을 위한 손잡이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2019년 1월에야 마련됐다. 이마저도 배관용 쇠파이프에 페인트를 칠한 것이어서 금세 녹이 슬었고, 이씨는 팔에 쇳독이 올랐다.

장애인을 위한 양손잡이 핸드레일 및 입구 경사로는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22년 5월 설치됐다.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사법기관은 장애인이 인신구금·구속 상태에 있어서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 및 적극적인 조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는 취지에서다.

법무부는 재판에서 화장실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던 배경에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원은 교도소 측이 장애인 수형자에게 법이 정한 필수적인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A씨 측은 재판에서 전국의 장애인 수형자 전담교정시설을 대상으로 ‘차별행위 중지 및 시정’ 등을 위한 ‘적극적 조치’도 요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법원이 차별행위 중지 및 적극적 시정 조치를 판결하고, 이행이 늦어지면 배상까지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은 이 요청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이 확정된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장애인 수형자 전담교정시설 화장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명했다.

박민서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변호사는 “지금까지 법원의 적극적 구제조치는 소송 당사자 구제에 한정됐는데 이번에는 전국 장애인 전담교정시설에 수용된 장애인에 대한 구제조치까지 확대됐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적극적 구제조치’ 권한을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에 부여한 입법 취지와 의의가 구현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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