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5년…‘안전한 임신중지권’ 후속 조치는 아직
시민들 “비범죄화 시급” 목청
인권위도 의료서비스 등 권고
“8만6690개의 트위터 게시.” “반려견과 4380번의 산책.”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벌써 5년인데…내가 ○○○ 할 동안 보건복지부는 뭐 했나’라는 문장의 빈칸에 시민들은 이렇게 적었다. 지난 28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날’을 맞아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가 진행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에서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로 판결한 이후 벌써 5년이 지났는데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며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유산 유도제 승인 조치를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29일 기자와 만난 시민들도 “정부는 하루속히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위한 조치를 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직장인 박모씨(31)는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시스템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또 다른 형태로 임신중지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산 유도제가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고 있고, 병원에 가도 임신중지가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여성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실제로 수술을 완료하기까지 법적 시스템을 보장해야 한다”며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도 유산 유도제 도입·인공임신중절 등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체계는 마련되지 않았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등을 다룬 모자보건법 14조도 유지되고 있다.
임신중지를 위한 약물인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이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식약처가 정식 승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6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관련 정책이 부재한 것은 여성 인권의 침해”라며 복지부와 식약처에 정책 개선을 주문했다. 식약처에는 “임신중지 의약품을 도입해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연구소 소장은 “낙태죄 판결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여성을 처벌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임신중지와 관련해 보건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에 대해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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